'김범수 구속기소'한 검찰…"카카오, 계획적·조직적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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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SM 시세 조종에 "조직적 범행"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SM엔터 시세 조종이 계열사들까지 동원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 과정에서 범행 계획을 승인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카카오엔터 경영난으로 인수 필요성↑
카카오엔터 입장문으로도 시세 조종
"허위의 법적 논리로 세운 변명 공유"
검찰, 김범수 구속기소…"SM 인수 필요성 있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8일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불구속기소됐다.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23일 SM엔터 시세 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후 검찰 측 신청을 받아들여 구속 기한을 이달 11일로 한 차례 연장했다.검찰은 카카오가 경쟁사인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하고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16~17일과 같은 달 27~28일 등 총 4일간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553회에 걸쳐 장내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시세 조종 계획을 승인했다고 봤다. 카카오엔터가 2022년 당기순손실만 4380억원에 이를 정도로 경영이 어려웠던 데다 상장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SM엔터를 인수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브가 지난해 2월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SM엔터 공개매수를 시작하자 카카오그룹 입장에선 이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발생했다는 것.
검찰은 "카카오그룹의 시세 조종 주문은 고가매수주문, 물량소진주문, 종가관여주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형태의 주문은 일반 투자자들의 매매거래를 유인하는 대표적인 시세조종성 주문"이라며 "이러한 주문으로 시세를 떠받치면서 상승세를 유지시켜 시세를 고정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그룹은 이에 따라 현금 약 5770억원과 약 4339억원 상당의 처분 가능 자산을 보유한 SM엔터 경영권을 인수하는 이익을 얻었다.
"SM 시세 조종, 계열사들 동원된 조직적 범행"
검찰은 카카오그룹의 시세 조종을 '계열사들이 동원된 조직적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위원장은 그룹 임원들에게 카카오의 SM엔터 인수가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SM엔터를 인수할 것을 지시했고 그룹 임원들은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시세 조종 목적의 장내매집 범행을 실행했다"고 설명했다.카카오엔터 명의의 입장문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 카카오엔터 명의의 입장문을 작성·발표하는 등 SM엔터 주가를 부양시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꼬집었다.
또 카카오그룹이 엔터업과 관계없는 카카오 자금으로 SM엔터 주식을 직접 매입해 계열사 운영에 쓰여야 할 기업자금을 범행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카카오 임직원들이 수사에 대비해 미리 입맞추기를 시도하고 대화방을 삭제하는 등의 증거 인멸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임직원 등이 허위의 법률적 논리를 세운 변명을 고안해 내고 이를 임직원 전체가 공유하며 그대로 수사기관에서 허위 답변함이 확인됐다"고 했다.
공개매수는 기업지배권을 획득·강화하기 위해 장외에서 단기간 주식을 대량 매수하는 제도다. 공개매수자는 매수 기간·수량·가격 등을 공시하고 공개매수만으로 주식을 취득해야 한다.
검찰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 목적을 숨기고 주식을 장내 매수해 시세를 조종한 행위가 공개매수제도를 형해화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 구속기소와 관련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