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비하자"…대체 항구 찾는 해운업계
입력
수정
지면A12
산업리포트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피의 복수’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해운업계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비해 대체 항구를 물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8일 업계에 따르면 LX판토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사우디아라비아 담만항과 두바이 제벨알리항 등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해 인근 국가인 오만의 살랄라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항 등에 기항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대체 기항지를 이용하면 터미널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철도와 트럭 등을 통해 두바이로 이송하는 방식이다. 이후 두바이에서 페르시아만 안쪽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소규모 컨테이너 운반선 피더(FEEDER)를 물색해 걸프 지역으로 다시 옮기게 된다. 피더는 통상적으로 한 번에 300~1000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수 있다.
이란-이스라엘 충돌 가능성
봉쇄 땐 인근 港 적체 심각
LX판토스, 살랄라항 등 검토
비용·기간 늘지만 뾰족수 없어
대체 기항지를 통해 목적지까지 운송하면 비용과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LX판토스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인근 항에서는 극심한 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트럭과 철도, 피더 운송 공간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비용과 기간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어 이란의 대응 수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LX판토스뿐 아니라 다른 해운회사들도 대체 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좁은 해협이다. 북쪽으로는 이란, 남쪽으로는 UAE가 있다. 폭 39㎞, 수심 100m에 불과하지만 주요 산유국인 걸프 연안국가로 가는 유일한 해상 운송로다. 실제로 세계 3대 해운동맹(2M·오션·디얼라이언스) 소속 컨테이너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내에 기항하는 노선은 10개 노선이다. 해당 항로에 투입되는 컨테이너선은 100척이다.주요 기항지인 담만항과 제벨알리항, 하마드항 등에 1주일 단위로 공급되는 컨테이너 선복량은 13만4831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는 디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1만6000TEU급 선박 5척을 투입 중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과 대규모 무력 충돌을 벌인 지난 4월에도 해운동맹 2M에 속한 해운사 MSC의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에리즈 호를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과 관련됐다”며 나포하기도 했다.
HMM 관계자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얼마나 대규모로 보복 공격할지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위험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해운동맹 차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