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형 파운드리 자동화 가속페달

안전·생산성 '두 토끼' 포석

기흥 6라인 물류 자동화 확대
가벼운 새 웨이퍼 박스 도입
근골격계 질환 가능성 낮춰

DX부문은 안전 원칙 공지
국내 첫 건강연구소도 운영
삼성전자가 구형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의 물류 자동화율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작업자가 들고 나르는 약 3㎏ 무게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박스는 가볍고 잡기 쉬운 신형 제품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구형 파운드리 생산 라인의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반도체 직원의 근골격계 질환 가능성을 낮추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자동화 통해 생산성 향상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경기 화성 기흥사업장 6라인 내 웨이퍼 박스 물류 작업의 자동화율을 빠르게 높이기로 했다. 기흥 6라인은 지름 200㎜(8인치) 구형 웨이퍼를 활용하는 파운드리 공장이다. 전력반도체 등 구형 공정에 적합한 칩을 고객사 주문을 받아 생산한다. 천장에 설치된 운반 기계가 웨이퍼 박스를 운반하는 300㎜ 공장과 달리 기흥 6라인 일부 공정에선 작업자가 직접 웨이퍼 박스를 옮겨 장비에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기흥 6라인의 자동화율은 44%다. 삼성전자는 자동화를 빠르게 추진해 근무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가볍고 잡기 편한 웨이퍼 박스도 도입한다. 새로운 웨이퍼 박스는 작업자가 힘을 덜 들이고 안전하게 옮길 수 있다. 일부 현장에 투입돼 테스트 중이다. 검증이 완료되면 전량 교체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동화율을 높이는 건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며 “라인의 생산성도 함께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 건강 증진에 주력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TV, 가전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도 임직원 건강 증진과 안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5대 기본원칙과 5대 절대원칙으로 구성된 ‘임직원 안전원칙’을 공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5대 기본원칙은 ‘자신과 동료의 안전을 지킨다’는 목표 아래 교통안전, 동료 안전, 작업 중지, ‘아차 사고’ 등록(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신고 채널에 등록), 사고 신고 등이다. ‘안전할 때만 안전하게 작업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5대 절대원칙은 안전 수칙 준수, 보호구 착용, 안전장치 우회·해제 금지, 고위험 작업 허가 필수, 비정상 작업 시 원칙 준수 등이다.

○MRI, CT 검사료 전액 지원

삼성전자는 ‘환경·안전·건강 중시’를 5대 경영원칙의 하나로 삼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을 조성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직원의 건강 증진, 질병 예방을 위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전문적인 조직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전국 사업장에선 16개의 근골격계 예방운동센터를 운영한다. 업무 중 직원들의 근육 피로를 해소하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건강보험 비급여항목에서도 자기공명영상장치(MRI)·컴퓨터단층촬영(CT)·초음파 검사료와 입원 기간 본인 식대를 전액 지원한다. 건강 문제로 인한 휴직 기간에는 월 급여의 일부를 지급한다.

삼성전자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임직원의 중장기 건강을 연구하는 ‘건강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에는 산업보건 전문의 4명을 포함한 총 17명의 연구원이 근로자의 직업병 예방과 중장기 건강 영향을 연구 중이다.

2019년 1월부터는 외부 독립기구인 ‘반도체·LCD 산업보건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각종 암, 희귀질환, 생식질환, 자녀질환에 대한 지원 보상도 하고 있다. 백혈병은 지원 보상액이 최대 1억5000만원이다. 지원 보상을 받은 이후 해당 질병으로 만 65세 전 사망한 경우에는 지원 보상액과 별도로 사망위로금을 지급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