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노인의 정의

우석문 신한라이프케어 대표
세계건강기구(WHO)가 제시한 노인의 연령 기준은 65세다. 현행 노인복지법에서 ‘65세 이상의 자에 대해서는 경로우대, 건강진단 등의 각종 복지 혜택을 부여하고 노인 학대를 금지’하고 있는 점을 미뤄볼 때 한국에서 노인을 정의하는 연령 기준 또한 65세로 보인다.

이웃 일본도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65세부터 노인기초연금, 개호(介護)보험 등을 적용받고 공공시설 및 교통 요금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현지 언론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노인의 정의를 70세나 75세로 바꾸자는 여론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일본에서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이 논의되는 배경엔 평균수명 증가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평균수명은 남성이 81.6세. 여성은 87.7세에 달한다. 게다가 질병 또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사는 나이’를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남성이 72.7세. 여성은 75.4세에 이른다.

저출생 고령화로 일손 부족이 만연한 상황에서 ‘건강수명 증가’는 일본 경제계의 인력난을 해소할 대안으로 꼽힌다. 노인의 기준 연령을 높일 경우 그만큼 사회복지 혜택 적용 기간을 늦출 수 있어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실버타운’으로 통칭되는 노인복지주택은 ‘60세 이상’이라는 입소 자격이 있다. 또 법정 사항은 아니지만, 다수의 실버주택이 ‘80세 이상’ 노인의 신규 입소를 제한하고 있다.필자는 최근 전문 서베이 업체를 통해 실버타운 수요 및 서비스 선호도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60대 및 70대로 실버타운 입소 의향이 있는 분들에 한해 서베이를 시행한 결과, 입소 희망 나이가 평균 78세였다. 희망하는 서비스는 일상적인 가사 서비스 외에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가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서는 60~65세를 ‘노인’으로 보고 있으나, 과거와 달리 요즈음의 60대는 외모와 건강 상태 모두 노인으로 보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서베이 결과는 특정 조건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70대 후반에야 실버타운 입소를 희망하고 건강에 대한 걱정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 건강수명은 65.8세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앞선 일본의 사례처럼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또한 점차 증가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에서도 노인의 정의가 바뀔 날이 오래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른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