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버리면 그만" 알리 무턱대고 시켰다간…'무서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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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이슈에도 C커머스 이용자·거래액 폭증제품 안전성 논란으로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는 타격을 입었을까. 적어도 이용자 수는 그렇지 않다. '초저가 공세'로 C커머스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은 더 늘었다. 워낙 가격이 싼 탓에 품질이 별로일 경우 '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환불·유해물질·가품·개인정보 유출 문제 커져
"해외사업자 규제할 법 없어…입법화 필요성"
"'마이데이터' 도입 시 정보 헐값에 팔릴 우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C커머스의 국내 진출 이후 소비자 피해가 늘어난 점에 주목해 관련 법안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8일 업계에 따르면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와 관련해 상품 안전성, 개인정보 보호 등의 측면에서 국내 플랫폼과 동일한 정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C커머스 이용자와 거래액이 늘어나는데 문제를 방치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단 얘기다.
애플리케이션(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지난달 결제추정 금액이 36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4% 늘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누적 결제추정액은 2조293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금액(2조3227억원)과 맞먹는다.특히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대금 지연 사태가 터졌던 지난달 앱 사용자 수는 알리익스프레스 847만명, 테무 755만명으로 합계 1601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하면 236% 폭증한 수치다. 티메프가 조달하던 중국산 상품이 C커머스로 이동해 국내 소비자를 더 흡수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국내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나오는 등 품질 이슈와 가품(짝퉁)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C커머스는 견고한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해외 직접 구매액은 2조14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6% 급증했는데 지역별로 보면 중국이 1조237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해외직구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처음 60%를 넘어(61.4%)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제품 환불의 어려움, 유해 물질 검출 상품 및 위조 상품 판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소비자 불만 건수는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5배 넘게 불었고, 올해 들어선 상반기에만 740건가량 접수됐다.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및 전망’ 토론회에서 “중국발 제품들이 줄줄이 싼 가격에 판매되며 국내 건강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 등으로 인해 소비자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며 “각종 위조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면서 브랜드 지식재산권(IP) 침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강 의원은 “국내에 유통되는 30만~40만원짜리 제품이 C커머스에선 3만~4만원에 팔린다. 초저가 상품이라 소비자들이 이 제품들을 사면 국내 제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무엇보다 제품 환불과 관련된 문제가 늘어났으나 해결이 잘 안 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전무하다. 해외사업자들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관련 법을 입법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고형석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은 “C커머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라 소비자 권익 위협이 가중되고 있어 법 제도 개선 필요성이 더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티메프 사건을 경험하면서 플랫폼이 모래성 같다고 생각했다. 집단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C커머스 내 상담 창구 부재로 소비자들이 환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세준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언제든 구매한 제품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중국 플랫폼에 접촉할 수 있도록 콘택트 포인트를 마련해야 한다. 사람과의 상담 가능성을 반드시 전제하고 한국어 상담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짚었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유통 분야에 도입되면 국내 이용자의 정보가 C커머스에 헐값에 팔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마이데이터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기관에 그 정보를 당사자가 원하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과 공공분야에선 이미 도입됐는데 내년 3월 전 분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황원재 계명대 교수는 “C커머스가 현재 형식상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받고 있지만 거절이 어려운 포괄적인 동의방식, 사후고지로 사전고지를 대체하는 규정 등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쉽게 말해 내 정보가 어디로, 어떻게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이강수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거래정책과 과장은 “공정위는 자율 협약 체결, 전자상거래법 개정, 해외사업자에 대한 차별 없는 법 집행 등 범정부 차원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직동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보호정책과 과장도 “올해 4월 해외 사업자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안내서를 제공하는 등 명확히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고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