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연 칼럼] 야만의 국회, '막말 금지법'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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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서 가장 바쁜 곳은 '윤리위'개원 두 달을 넘긴 22대 국회는 막말의 전쟁터다. “다양하게 예의 없고 뻔뻔하고” “뇌 구조에 문제 있다” “뜨거운 맛 보여드려?” 등 상대방에 대한 조롱과 모욕은 예사다. “이 새X들”처럼 욕설이 다반사고, “어디다 대고” “뭐, 뭐, 쳐봐” 등 애들 볼까 무서운 장면도 많다. 동료 탈북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해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느냐”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언어폭력이 난무하면서 상대 정당을 겨냥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건수는 개원 후 6건에 이른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은 지난 21대 국회조차 같은 기간 윤리특위 제소는 한 건도 없었다. 22대 국회에선 “윤리특위가 가장 바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16개 상임위원회 중 절반인 8개 상임위가 개원 후 단 한 건의 법안 심사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 빈말이 아니다. 그런 윤리특위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독일 의회처럼 면책 제한해야
유병연 논설위원
의회를 뜻하는 영어 parliament는 프랑스어 ‘말하다(parler)’에서 유래했다. 의회는 말로 토론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국민이 뽑은 대표가 모여 국정 운영을 논의하는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다. 이런 장소에서 국민의 선량이 혐오와 저주의 단어를 무차별로 쏟아내는 건 정상이 아니다. 오고가는 막말 속에 배려나 협치가 싹틀 리 없다.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60여 일이 지났지만 여야가 합의해 처리한 법안은 ‘0건’이다. 야만의 22대 국회는 이미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언어가 고도의 정치술임을 감안하면 국회의원의 입이 거칠어지는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정치적 이념 대립이 심해지면서 막말은 강성 지지층에 부응하는 매력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협치보다는 대립각을 세우고,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를 양분 삼아 인기를 높이려는 얄팍한 의도다. 하지만 정치 언어의 저질화는 국회의 품위와 권위뿐 아니라 정치의 수준과 국가의 품격까지 추락시킨다. 유권자의 국회 불신과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회법 제25조에는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위반 정도가 심하면 국회법 제155조에 따라 징계사유가 된다. 국회 목욕탕의 체중계 앞에 걸려 있다는 국회의원 윤리강령도 품위 있는 발언 규범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 스스로 이를 무력화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제13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총 235건(철회 포함)의 의원 징계안이 제출됐다. 이 중 41.2%(101건)가 폭언이나 인격 모독, 명예훼손 등 부적절한 발언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윤리특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한 건(강용석 전 의원 징계안)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주어지는 면책특권이 의원들의 거친 발언을 보호하는 방탄 역할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에 대한 막말 금지법이 필요하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발언은 면책특권 적용을 제외하는 독일이 좋은 참고 사례다. 독일은 기본법 46조1항에 의원의 면책특권을 규정하면서 단서에 ‘중상이나 모욕’은 면책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의원의 험한 발언은 원내 징계뿐 아니라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헌법 45조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규정하면서도 제한 사유는 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치는 고도로 정교한 언어를 바탕으로 하는 상징적 상호작용이다. 이런 정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도 바로 언어다. 주고받는 말만 순화해도 토론과 협치의 여지는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