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왔다가 속 터진다"…외국인 관광객 '불만 폭발'
입력
수정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세"구글맵이 한국에서 이렇게 쓸모없을 줄 몰랐어요."
한국인처럼 여행하기 새 트렌드로 자리잡아
길찾기·배달음식 이용 불편 호소
"민관 협력 통합 앱 서비스 필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찾기나 신분 인증, 결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보편화된 서비스를 오히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진 국내에선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어서다. 일각에선 토종 IT 서비스가 내국인에게만 편리한 탓에 자칫 한국이 '관광 갈라파고스'가 될 우려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3.8% 증가한 770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인 2019년 상반기의 91% 수준까지 회복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 쇼핑 위주 여행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 확산에 따라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는 등의 새 여행 트렌드가 자리잡았다. 다만 주요 배달앱 대다수는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음식 정보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레딧에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응이 많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배달 주문하려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한국 핸드폰 번호나 신용카드가 없으면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부 업체가 외국인도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카드 이용이 어렵다고 호소했다.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건 길찾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설문에 따르면 지도앱이 한국 여행 관련 가장 불만족한 앱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해외 이용자가 많은 '구글맵'이 불만족 1위에 올랐다. 길찾기는 물론 맛집이나 명소 등 지도 서비스의 핵심 정보가 미흡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구글맵은 한국인들이 해외 관광을 할 때도 유용하게 쓰는 등 외국에선 가장 널리 쓰이는 앱이지만, 국내에선 정부가 지도 정보 수출을 제한하는 탓에 온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이 외국어를 지원하지만 한국 여행만을 위해 앱을 추가 설치해야 하는 데다 영문 주소를 입력해도 인식하지 못하거나, 버스정류장 명의 절반가량은 영어 번역을 제공하지 않는 등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누리꾼은 "K컬처 강국으로 한국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국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며 "관광객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한국인들이 잘 활용하는 앱을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도 생각해 서비스를 구축했으면 좋겠다. 복잡한 인증 과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업계에선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 해소를 위한 첫 단계로 '통합 게이트웨이 앱'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로컬 플랫폼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게이트웨이 앱을 통해 본인 인증을 완료할 경우 국내 온라인 서비스 이용 시 개별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하나의 앱에서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골자. 민관 협력을 통해 각 로컬 플랫폼과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연동, 인증·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한국 방문 경험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규완 경희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디지털 서비스들로 인해 역설적으로 갈라파고스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민간에서나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이 관광객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국내 기술로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