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된 전기차…"풀충전 절대 안돼" 경고 쏟아낸 이유 [최수진의 나우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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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에 따라 늘어나는 화재 건수"캐즘(수요 정체 현상)을 뚫나 했는데..."
"전기차, 낯설지만 알고 대비해야"
"과충전 금지 중요" 한목소리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노리던 완성차 업계가 뒤숭숭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전기차 화재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모든 전기차가 '마치 알 수 없는 시한폭탄'이 된 것처럼 비치면서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전기차 수요 정체 국면인 상황에서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강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내연기관차는 점차 퇴출당하는 상황에서, 전기차가 대안이라면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안전망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11일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이다. 전기차 수요가 점차 늘면서 화재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2021~2023년 상황별 전기차 화재 발생 비중으로는 운행 중 화재가 48.9%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주차 중 25.9% △충전 중 18.7% △정차 중 2.6% △외부 화재 2.2% △견인 중 0.7% 비율로 나타났다.
내연기관과 다른 전기차, 알고 대비해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화제가 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열폭주로 알려진 전기차 화재의 파급성이다. 열폭주는 배터리 셀이 과열된 뒤 주변 배터리 셀로 열을 옮기며 급속히 연쇄 폭발하는 현상으로 온도가 1000도까지 오른다고 알려졌다.게다가 전기차의 화염은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수평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국립소방연구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경우 화명의 상승효과로 바람의 영향이 없다면 주로 위로 향하지만, 전기차의 배터리팩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대부분 방출되는 압력 및 가연성 가스로 화염이 수평으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불길이 위가 아닌 옆으로 옮겨붙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빨리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원 측은 "전기차의 배터리 특성 및 충전상태와 구조 등에 따라 화재가 전이되는 속도의 차이는 있다"면서도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화재의 전이 속도는 빠른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율 낮으면 열폭주 현상 지연된다"
다만 해당 가이드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충전율이 낮을수록 배터리 열폭주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국립소방연구원이 전기차 충전 중에 발생하는 화재 전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해당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배터리 충전율이 50%일 경우 바깥쪽 배터리에서 일어난 열폭주가 전체로 번지기까지 32분이 걸렸다. 그런데 100% 충전된 배터리에서는 7분 5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완전히 충전한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 초기 진화가 훨씬 어렵다는 얘기다.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화재 전이 특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충돌 당시 충전율이 낮을수록 전이 되는 시간이 지연됐으며, 충전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약 20% 이하)일 경우 자체적으로 소화될 수 있다고 적었다.연구원 측은 "해당 실험은 배터리팩만을 활용한 실험으로 실제 전기차 화재 연소 속도보다 빠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배터리팩 구조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전기차의 안전을 위해 과충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지하 충전소의 경우, 강제적 충전 비율을 90% 이하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다만 환경부가 충전 비율을 제한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나,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세부적인 지침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재 원인 알 수 있도록..."배터리 전 주기 관리해야"
파악되지 않는 화재 원인 또한 전기차 기피 현상에 한몫한다. 전기차 화재의 경우, 열폭주로 인해 대부분 전소되면서 화재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고 알려졌기 때문. 최해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이광호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발행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에서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각종 결함이 제조, 이송 및 탈부착 주행 및 충전, 충돌 등 어떤 과정에서 발생·확대되고 화재 폭발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이를 위해 제품·사용 환경별 배터리 전주기 위험성 평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를 시행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최해옥 연구위원은 "데이터 기반의 전주기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고, 시험분석 및 실사용 환경 데이터로 위험 발생 확률과 피해 규모를 예측해 상황에 맞는 규제 강도와 방식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