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연금개혁 논의 재개…속도 못지않게 방향이 중요하다

여야가 연금개혁 논의를 재개할 조짐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제 “연금개혁 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여야 합의안을 만들자”고 하자 어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연금개혁을 서두르자”고 화답했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넘게 손 놓고 있던 여야가 이제라도 연금개혁 논의를 꺼낸 것은 환영할 일이다.

연금개혁은 한시가 급한 과제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미래 세대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26년 6월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가 없는 올해와 내년이 연금개혁을 이룰 적기다.연금개혁은 속도 못지않게 방향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 막판에 들고나온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시나리오는 개혁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보험료율을 현행 9%보다 올리는 건 평가할 만하지만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보다 높이는 건 개악이나 다름없다. 연금 고갈 시기만 9년 늦출 뿐 젊은 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빚(미적립부채)은 현재 1825조원(국내총생산의 80.1%)에서 2050년 6366조원(123.2%), 2093년 4경250조원(313.3%)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전영준 한양대 교수).

연금개혁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를 바꿔 최소 70년 후에도 끄떡없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더 내고 더 받는 안’은 이런 취지와 거리가 멀다. 제대로 개혁하려면 보험료율만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낮추거나 적어도 지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건드리는 모수 개혁을 넘어 궁극적인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안처럼 개혁 후 적립하는 연금에 대해선 낸 돈에 운용수익을 더한 만큼만 연금을 받는 식으로 연금 구조를 바꾸는 것도 한 방안이다.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33만원가량(1인 기준) 주는 기초연금도 저소득층에 집중 지원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재정 펑크 없이 지속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연금개혁을 국회에만 미루지 말고 정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와의 논의는 필수지만 연금개혁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과거의 교훈이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진정성 없는 말 잔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