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V' 박태준 공중제비 30초 만에 전송…올림픽 사진 맛집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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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진 45만장, 촬영 26초 내 온라인 전송이 목표2024 파리올림픽은 땀흘리는 선수들의 경연장이지만, 동시에 사진기자들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필름 카메라 시대에는 한 컷의 좋은 사진을 건졌는지 여부는 필름 현상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그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려면 현상-인화-인쇄-배달의 긴 과정이 필요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온 후에도 메모리카드에서 컴퓨터로 옮기고 컴퓨터에서 네트워크에 연결해 업로드하는 데는 꽤 시간이 소요됐다.
민간 5G 네트워크, 스타링크, 로봇 등 기술 활용
시차 고려한 원격 편집 시스템으로 실시간 대응체계 구축
요즘은 다르다. 현장에서 찍은 수없이 많은 사진은 빠르면 불과 수 분만에도 '베스트 컷'이 세상에 전파된다. 한 번에 수백장씩 찍은 사진 중에서 좋은 것을 고르는 데만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8일(현지시간) '올림픽 사진 맛집'으로 자리잡은 게티이미지의 올림픽 사진 취재 비결을 소개했다.
게티가 지금까지 찍은 파리 올림픽 사진은 45만6000여장에 달한다. 게티는 이번 올림픽을 커버하면서 촬영 후 26초 내 사진을 온라인에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가운데에는 화제가 된 유명 사진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진 중 하나가 위의 김예지 선수의 사격 장면이다. 가수 스눕독이 눈알이 튀어나올 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나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와 조던 차일스가 금메달을 딴 브라질 출신 경쟁자 레베카 안드라데를 장난스럽게 추어올리는 사진도 명 장면으로 꼽힌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대용량 사진을 수백 장씩 올려야 하는 게티 소속 사진기자들에게는 '잘 찍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잘 올리는' 문제가 가장 큰 관건이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게티는 대량의 올림픽 사진을 빠른 속도로 배포하기 위해 기술에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 대표적인 것이 파리 올림픽을 위한 사설 5세대 통신(5G) 네트워크를 확보한 것이다. 유선 이더넷 연결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예컨대 버시 아레나에 설치된 무선통신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는 수많은 경기에서 올라오는 영상자료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었다고 게티는 설명했다.
부실한 통신을 보완하기 위해 위성통신업체 스타링크와도 계약했다. 스타링크를 이용하면 인터넷이 전혀 없는 망망대해에서도 교신이 가능하다. 스타링크 모뎀은 다른 네트워크가 불통이 될 때에 대비한 백업 옵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한 각종 신기술도 도입됐다. 게티는 수중로봇 기술을 한층 강화하고, 고가의 원격 제어 카메라를 써서 지상에서 찍은 사진을 보완하고 입체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전략을 썼다.
화룡점정은 인력 운용이다. 게티는 파리에서 보내오는 사진을 실시간으로 원격 편집할 편집자를 영국 런던, 호주, 미국 3곳에 배치했다. 미국 대륙과 태평양의 호주, 유럽에서 각각 담당자들이 즉시 대응하는 전략으로 현지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시차 영향 없이' 24시간 내내 사진을 전송했다.
특히 세느강 전역에서 진행된 개막식은 비가 내렸던 탓에 좋은 사진을 빠르게 전송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마이클 하이만 게티 글로벌 스포츠 담당 부사장은 "비를 맞아 카메라 몇 대가 고장난 것을 제외하면 꽤 훌륭했다"고 자평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게티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진촬영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티는 다만 향후 이미지에 태그를 달고 이미지를 분류하는 데에서 AI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