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만든다더니"…388만원 '디올백' 원가에 충격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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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57회
10년간 두 배 오른 디올 가방
장인이 아니라 중국계 이민자들이 만들었다는데
실제 마진은 얼마나 남을까

레이디 디올 백은 샤넬 클래식 백과 함께 ’인기 예물‘로 꼽혀 치솟는 가격에도 인기가 여전했다. 명품 불황이 닥치면서 최근엔 구매 열풍이 다소 사그라들긴 했지만, 코로나19 시기만 해도 인기 상품을 구입하여면 매장 문이 열리기 전에 수십명씩 줄 서 있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선 “대체 원가가 얼마길래 가격이 끝도 없이 오르나”라는 말이 나왔다.그래서 최근 전해진 소식은 수백만원씩 주고 디올 백을 구매하던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디올의 한 가방 제품 원가가 53유로(약 8만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제품은 매장에선 2600유로(약 388만원)에 팔려 원가의 50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하청업체 노동 착취를 방치·조장한 혐의를 받는 디올 이탈리아 지사의 가방 제조업체에 1년간 사법 행정관의 감독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34쪽짜리 법원 결정문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하청업체 4곳이 최저 위생 기준에도 못 미치는 공장에서 이민자들을 먹이고 재우며 가방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전기 사용량으로 추정해보면 공장은 24시간 휴일도 없이 풀가동됐고,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 안전장치도 제거된 상태였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테인의 분석을 보면 디올과 비슷한 규모(연간 매출 100억 유로 기준)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의 23% 가량을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인건비로 사용한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2600유로짜리 디올 제품을 만드는 데는 원가 598유로(약 89만원)가 든다. 핸드백 하나 당 광고 수수료는 평균 156유로(약 23만원), 회사 자산 감가상각 측면에서도 156유로를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임대료와 매장 운영비, 본사 로열티 비용 등이 추가로 390유로(약 58만원) 더 든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디올 백을 하나 팔면 가격의 절반 정도가 남는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생산 방식에 제동이 걸릴 예정.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경쟁당국(AGCM)은 디올과 아르마니 등 '노동 착취 의혹'이 불거진 브랜드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AGCM은 이탈리아에 있는 두 회사 사업장을 압수수색하고 해당 기업들의 노동법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마케팅 및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조사할 방침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