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개봉할 때 촬영해야?…아미 등 팬덤 울리더니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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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하이브·YG·SM·JYP 굿즈 판매사에 시정명령·과태료 1050만K팝 산업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한 응원봉 등 굿즈(상품)을 판매한 후 반품·환불을 제한하고 상품 하자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국내 4대 연예기획사 자회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아티스트의 굿즈를 계열사가 운영하는 자체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구성품 누락 입증책임 소비자에 전가
반품·환불 기간 임의로 줄이기도
공정위는 위버스컴퍼니 YG플러스 SM브랜드마케팅 JYP360 등 4개 아이돌 굿즈 판매사업자에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태료 총 1050만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아이돌 굿즈와 음반 등을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청약 철회 가능 기간을 법이 정한 청약철회 기간 대신 임의로 단축해 고지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가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혹은 상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3개월 이내에 청약 철회를 할 수 있게 정했다. 재화 등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훼손한 경우에도 청약 철회는 가능하다.
그러나 위버스컴퍼니 등 4개 사업자는 온라인쇼핑몰의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파손·불량 등 상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7일 이내에만 교환·반품 신청이 가능하다고 기재했고, 상품 개봉 등 포장 췌손 시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JYP360 등의 경우 소비자가 수령한 상품의 구성품 누락을 이유로 교환·환불 요청할 경우 상품을 개봉하는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을 필수적으로 첨부해야 한다는 고지도 있었다. 전자상거래법상 사업자에게 있는 제품 하자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다.아울러 4개사는 사실상 단순 예약 주문에 불과한 상품을 '주문 제작 상품'으로 분류해 교환·환불을 제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사업자 행위에 대해 "소비자의 청약철회 기간, 제한 사유 등을 법에서 정한 사실과 달리 고지한 것"이라며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또한 위버스컴퍼니는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의 멤버십 기프트 등 일부 상품의 공급 시기를 '구매일 기준으로 다음 분기 내 순차적으로 배송 예정' 등으로 표기해 소비자들이 상품 수령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게 했다.공정위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 제공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아이돌 굿즈의 주된 수요계층이지만 전자상거래법상 권리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엔터업계의 위법행위를 적발·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아이돌 굿즈 등 청소년 밀착 분야에서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를 감시하고, 유사한 법 위반이 반복될 경우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