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中 추격 따돌리려면…韓, 기업지원 늘려야"
입력
수정
지면A13
노벨상 수상 'LED 아버지' 나카무라 슈지 교수“한국도 중국처럼 디스플레이 기업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中·대만은 정부가 집중 육성
韓, 반도체와 달리 정부 지원 부족
차세대 戰場은 마이크로LED
韓은 핵심부품 中 등서 수입
원천기술 개발 적극 독려해야
나카무라 슈지 UC샌타바버라 교수(사진)가 11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BOE, 차이나스타(CSOT) 같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을 따돌릴 방법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13~14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의 기조 강연을 맡은 나카무라 교수는 방한을 앞두고 한경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1993년 일본 니치아화학 재직 당시 청색 LED(발광다이오드) 광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LED 조명 상용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나카무라 교수의 발언은 반도체와 달리 정부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디스플레이 산업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에 이어 여야 의원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 저금리 대출 신설, 보조금 지원 내용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에 대해선 이렇다 할 지원 법안이 나온 게 없다. 나카무라 교수는 “산업 성장의 발판이 되는 원천 기술 연구에 자금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진검승부를 벌일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장으론 ‘마이크로 LED’를 꼽았다. 마이크로 LED는 각각 빛을 내는 소자를 연결해 만드는 디스플레이다. 화질이 좋고 패널 크기에 제약이 없지만 만들기 힘들고 가격이 비싼 게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20만 개 수준인 마이크로 LED 출하량이 2030년 3650만 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대만은 자국 내 마이크로 LED 공급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산업 발전 계획에 따라 △산안 등 마이크로 LED 소자 기업 △BOE 등 디스플레이 업체 △TCL 등 TV 업체 등 굳건한 마이크로 LED 삼각 협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에선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를 만들지만 핵심 부품은 모두 대만이나 중국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 LED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디스플레이협회가 관련 분과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몸 만들기’에 나선 상황이다.나카무라 교수는 “마이크로 LED가 대중화되려면 보다 저렴하고 수율이 높은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며 “인듐갈륨질소(InGaN) 소재를 활용하고, 기판에 직접 붙이는 ‘노 와이어 LED’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기술 수준에 대해선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 배경으론 기업들의 R&D 투자와 강력한 산학협력 등을 들었다.
쓴소리도 했다. 한국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R&D 자금을 대학 인지도가 아니라 각 학교 연구실 성과에 기반해 지원해줘야 한다”며 “특허를 존중하는 문화도 확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카무라 교수는 한국의 의대 선호 현상과 관련해 “공학은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어주는 학문”이라며 “공학도는 사람들이 겪는 온갖 불편함을 풀어주는 해결사란 점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선 공대 인기가 의대보다 높다”며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거의 모두 대신해주는) 미래에도 재료공학, 전기공학 분야에서 흥미로운 일거리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