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인공피부로 뷰티·바이오 판 바꾼다

티앤알바이오팹, 신기술 공개

피부 속 주름까지 재현 가능
화장품 동물실험 대체재 주목
피부병 신약 개발에도 활용

2026년 제품 상용화 목표
사람의 피부 속 주름까지 재현할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기술이 최근 국제 학술지에 공개됐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이 기술은 화장품, 피부질환 치료제 실험에 주로 활용되는 인공피부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피부의 복잡한 구조 재현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티앤알바이오팹은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바이오프린팅’에 기존 3D 프린팅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인간 피부의 진피와 표피 사이의 굴곡진 구조(표피능)를 인공피부 모델에 구현한 연구 결과를 최근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인체 피부의 표피능 구조는 젊을 때는 굴곡 형태였다가 노화가 진행되면서 평평해진다. 피부 노화 연구에서 굴곡형 인공피부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배경이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 프린터로 피부 속 보이지 않는 주름까지 재현해냈다. 지금까지 나온 인공피부 중 실제 피부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는 “기존 화장품 테스트에 쓰이던 2차원 구조 피부 모델과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안전성과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 충분히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화장품 실험용 수요 클 것”

유럽에서는 2013년부터 동물 실험을 거친 화장품과 화장품 원료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화장품업계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피부세포나 인공피부를 대체재로 써왔다. 인체 표피세포를 배양한 2차원 인공피부다. 이 시장의 강자는 로레알이 1997년 인수한 에피스킨이다.기존 인공피부의 한계는 부작용 여부를 살펴보는 안전성 평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피부 구조를 구현하지 못해서다. 심진형 티앤알바이오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에 개발한 3차원 인공피부 기술은 인체 피부 속에서 거름막 역할을 하는 기저층까지 구현할 수 있다”며 “화장품의 흡수율 등 실제 사람이 쓸 때와 비슷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2026년께 인공피부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글로벌 업체가 인공피부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피부 모세혈관까지 구현하는 단계가 되면 신약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메디컬·코스메틱 사업 ‘시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인공피부 개발이 티앤알바이오팹의 뷰티업종 사업영역 확대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지난 4월 메디컬코스메틱업체 블리스팩을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재생의료 전문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재생과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화장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티앤알바이오팹의 매출 중 상당 부분은 외과 수술에 사용하는 생분해성 인공지지체와 창상피복재에서 나온다. 모두 재생과 회복을 돕는 제품이다. 회사 측은 점점 판매처를 늘려가고 있는 창상피복재가 올 하반기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고만으론 잘 낫지 않는 좀 더 깊은 상처에서 창상피복재가 널리 쓰인다. 윤 대표는 “세포조직 등을 배양할 때 사용해 효과가 좋았던 주요 성분을 포함시켜 기존 창상피복재와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