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다시 팔 걷은 삼성중공업…中 설비투자, 동남아 선박개조

수주물량 3년치 쌓이자 자신감
中 공장 180억 들여 탱크 제조
선박 수리·개조 해외 진출 타진
삼성중공업이 조선업 ‘훈풍’을 타고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생산을 축소한 기존 흐름과 달리 중국 공장 설비투자를 재개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에서 선박 개조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선박의 수리와 개조를 담당하는 애프터마켓(AM)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최근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했다. 기존에 인도한 선박 1300척 중 100척을 수리했고, 앞으로 더 많은 배를 유지·보수하기로 했다. 또 선박 개조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동남아 조선소와 협력해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 조선사가 인도하는 선박 수가 많아지자 선주들의 AM 수요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노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바다 위의 LNG 터미널’로 통하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불고 있는 것도 삼성중공업의 AM 사업 확장 움직임에 한몫했다.

삼성중공업은 사업장을 줄여온 중국에서도 투자에 나섰다. 최근 중국 영성공장에 최대 180억원을 투자해 암모니아운반선(VLAC)을 건조할 때 필요한 탱크 제조설비를 짓기로 했다. 거제조선소는 포화 상태여서 탱크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가 부족하다.삼성중공업은 2022년부터 중국 3개 사업장 중 2개를 청산했지만, 수주 물량이 3년6개월치가량 쌓이면서 해외 설비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에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사우디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 합작 조선소를 짓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싱가포르 다이나맥홀딩스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필리조선소도 품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등이 해외 조선소에서 낸 손실 탓에 회사가 휘청인 점을 감안해 국내 조선사들은 그동안 해외 진출을 꺼렸다”며 “조선 업황이 바뀌면서 다시 해외 생산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엔진 제조, 특수선 건조, 선박 개조 등으로 다각화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