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급 리스크…민간에 떠넘기는 정부

데이터센터 가로막는 '전력 허가제' 논란

프로젝트 절반이상 진행 뒤 전력 공급 여부 결정
사업 중간단계서 무산 땐 기업이 피해 떠안아야
정부가 새로 내놓은 전력 공급 정책에 기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와 설계를 다 끝낸 뒤 전기를 공급할지를 결정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어서다. 정부가 미래 산업의 리스크를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관련한 절차가 달라진다. 용지 확보와 기초 설계, 투자 유치, 고객 확보 등의 절차를 모두 거친 뒤 해당 내용을 담은 평가서를 작성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한국전력의 판단에 따라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다.이런 변화는 지난 6월부터 시행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관련 고시(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운용에 관한 규정 제정안)에 따른 것이다. 특별법은 10㎿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대규모 전력 사용자가 정부의 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정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데이터센터를 지역으로 분산한다는 취지는 산업계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정부가 심사 중인 고시가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세스는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하는 일이 드물다. 사업 규모가 크고 투자비도 많이 드는 탓에 투자사와 건설사,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움직인다. 중간 단계에서 무산됐을 때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신규 데이터센터산업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같은 미래 산업이 성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력 허가제’를 시행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을 포기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흐름에서도 한국은 후보지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 4월 15년간 1500억달러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본과 싱가포르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