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민주당판 밸류업'…"분할·합병 때 주주 의결권 제한"

오기형 의원 등 상법 개정안 발의
자본거래시 의결권 3%만 인정
재계 "사업재편 하지 말라는 얘기"
오기형 민주당 의원
대기업 계열사 간 분할·합병 등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주요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나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대주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도 훼손하는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기형 민주당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공동 대표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당내에서 ‘재벌 개혁’을 강하게 주장해 온 김남근 의원 등 30명이 참여했다. 오 의원은 “기업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법안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앞세워 상장회사 주요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합병·분할 등에 관한 특례’ 조항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오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가 △주식 교환·이전 △분할·합병 △자산 처분·양도 등의 자본거래를 할 때 모든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했다.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로 제한했다. 재계에서는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이뤄지는 사업 재편을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오 의원은 특례 조항을 적용받는 회사 규모는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지만,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48곳으로, 이들에 속한 계열사는 2213곳이다. 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기업은 공정위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올해는 자산총액 10조4000억원 이상이 대상이다.법안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기 위해 정관을 바꾸는 경우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집중투표제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 상장사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는 전부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모든 감사위원에 대해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