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왕 카운터테너 이동규 18년만에 새 음반 발매

[arte 이벤트]
아르떼 우측 상단 '이벤트' 페이지에서 참여 바랍니다.

13일 새 앨범 '꿈을 누비는 자' 발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독창회
"카운터테너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은 헨델의 오페라 작품들이 '에라토' 레이블에서 많이 발매됐어요. 독학으로 카운터테너 성부를 알아가던 차에 알게 된 음반사라, 나도 초록색 딱지를 단 앨범을 내고 싶다고 소망해왔는데, 꿈이 이뤄졌어요."
12일 카운터테너 이동규(46)가 자신의 새 앨범 <드림 퀼터: 꿈을 누비는 자> 발매를 앞두고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서울 통인동 크레디아 뮤직 클럽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동규는 앨범 수록곡(헨리 퍼셀의 '악기여, 깨어서 연주하라'와 쿠르드 바일의 '저도 여기가 처음이랍니다')을 들려줬다. 성악에도 올림픽이 있다면 이동규는 금메달을 몇번이고 석권했을터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불혹을 훨씬 지난 나이에도 "한국 클래식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샛별"로 자신을 소개하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알고보면 이동규가 세계를 누비며 쌓아온 커리어는 '전설적'이라는 말 외에는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30여년 전, 이동규는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갔지만 가세가 기울면서 대학 진학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런 그의 인생을 바꾼 터닝포인트는 우연히 봤던 영화 '파리넬리'였다. '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영화 속 가수를 본 그가 "나도 저렇게 부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 끝에 성악에 독학으로 입문했다.

이후 기적처럼 전액장학금을 지원받고 벤쿠버 음악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 뉴욕 조지 런던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후 이동규는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독식했고 현재에도 유수 오페라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크로스오버 오디션 프로그램인 '팬텀싱어4'에 참여해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의 음악성, 후배들을 아우르는 인간적 면모로 큰 인기를 얻었다. 18년만에 그가 새 앨범을 내게 된 워너클래식 산하 레이블 '에라토'는 클래식 전문 레이블이다. 이동규는 "한국인 성악가로서는 조수미가 유일하게 이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한 적이 있다"며 "30년동안 전세계를 오가며 불렀던 저의 대표 곡들을 앨범 1장에 압축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앨범의 의의를 전했다. 앨범은 13일 발매를 시작한다.
그는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에서 비제의 명곡 ‘하바네라’를 포함해 바로크에서 고전, 낭만, 인상주의를 거쳐 섬집아기까지 총 12곡을 녹음했다. 이동규는 "바흐/슈베르트 아베마리아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와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재편해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낮은 음역대의 베이스부터 본인의 성부인 카운터테너까지 4옥타브를 넘나들 수 있는 목소리 덕분에 표현할 수 있었던 수록곡도 눈에 띈다. 4개의 성부가 필요한 슈베르트 '마왕'을 완벽하게 각기 다른 캐릭터의 목소리로 녹음해냈다.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그는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음반명과 똑같은 이름의 독창회(드림퀼터: 꿈을 누비는 자)도 갖는다. '꿈'을 테마로 한 6가지의 챕터를 선보이는데, 각 챕터의 레퍼토리들은 바로크 작곡가들로부터 현대 작곡가까지 다양한 작품을 포함한다. 이동규는 "1부는 카운터테너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바로크 시대의 곡을 부르고 2부에서는 대중들이 익숙한 낭만적인 노래들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성악가로 공부했던 아카데믹한 곡과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던 대중적인 곡을 두루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음반명과 공연 이름에서 쓰인 '꿈을 누비는 자'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소속사에 따르면 "누빈다"는 것은 퀼트(quilt), 엮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동규는 "음반도 공연도 제가 꿈꿔온 것들을 조각조각 이어서 새겨본다는 의미에서 지은 것"이라며 "아직도 음악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과 캐릭터들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