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소확횡’ 직원, 어떻게 하나요?

한경 CHO Insight
이광선 변호사의 '노동 프리즘'
'소확횡'을 하는 직원을 징계할 수 있을까? '소확횡'이란 얼마 전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한 단어로, 회사 탕비실의 간식거리, 업무용으로 제공된 볼펜 등 비품을 들고 가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을 말한다. 이는 회사의 물품을 들고 가는 행위 뿐 아니라 근무시간 중 개인 업무를 보는 식의 시간에 대한 횡령도 포함된다. 외국에서는 회사의 자산이나 시간, 정보를 훔치는 것을 '직원 절도 (Employee theft)'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무료로 제공된 것을 회사에서 안 먹고 집에 가서 먹거나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용품을 사용하되 절약하여 남는 용품을 들고 오는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SNS에 자랑삼아 올리는 직원들도 있고, 이를 비난하기 보단 부족한 회사의 복지에 대한 귀여운 복수 정도로 보아 부추기는 직원들도 있다. 좀 더 심한 경우는 회사의 복지제도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영리를 취하는 경우도 있는데, 예컨대 회사의 의료비 지원제도를 악용하여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 치료비에 대해 회사로부터 의료비 지원과 실손보험 보상을 함께 받아 병원을 다닐수록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회사가 금원을 지원하는 사이트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해 ‘당근마켓’ 등에서 이익을 남기고 파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들은 과연 문제되지 않고, 징계할 수 없는 것일까?먼저 회사의 물품(간식거리, 비품 등)을 들고 가는 행위에 대해 살펴 본다. 회사가 복리후생 차원에서 간식거리를 무료로 제공했더라도 그 간식거리의 소유권은 엄연히 회사에 있다. 그리고 회사가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이유는 근무시간 동안 직원들의 업무효율성 향상 등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지, 퇴근 후 집에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회사의 허락 없이 간식거리를 집으로 들고 간다면 엄연히 절도 행위로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커피 믹스 1~2개 정도의 소량을 들고 가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 범위를 넘는다면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믹스커피 1840봉지(시가 약 3400만원)를 훔쳐 되팔다가 걸린 국내 식품업체 직원이 절도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회사의 비품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서 프린트 용지를 들고 가거나 포스트잇 등의 비품을 들고 간다면 절도에 해당할 수 있고 징계대상이 된다. 실제 회사가 제공한 작업용 목장갑 100컬레(시가 2만~5만원)를 반출한 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정직 2개월의 징계가 과하다고 보았으나, 법원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2누56069 판결). 회사 업무용 차량을 개인적 용도로 운행한 경우에도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대전지방법원 2020구합106168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구합85850 판결 등).

회사가 금원을 지원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싸게 구매해(근로자가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회사가 판매자에게 일부 금원을 지급하는 경우) 이를 ‘당근마켓’ 등에서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행위는 징계 가능할까? 이런 사이트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더라도 원 소유자는 물건을 구매한 근로자에게 있을 것이므로, 해당 물건을 실제로 사용하다가 ‘당근마켓’ 등에서 판매를 하는 것을 징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시세차익을 노리고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여 외부에 팔아 금전적 이익을 얻는 행위는 회사의 재원을 남용·횡령하는 것으로 징계가 가능할 것이다.근무시간 중 개인 용무를 보는 등의 시간절취 행위도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서상 근무 중 짧은 시간의 개인 용무를 보는 것(예컨대 전화로 개인 은행업무를 처리)을 모두 징계할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이 일반적인 정도를 벗어난다면 업무 소홀, 근무해태 등으로 징계가 가능하다.

판례는 근무시간 중 스마트폰을 수시로 사용한 수습 중인 근로자에 대한 본 채용 거부를 정당하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15누65140 판결). 전화상담원이 근무시간 중 업무전화로 개인 휴대전화에 수시로 발신한 후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가 일정 시간 후 전화를 끊는 방식으로 고객의 상담 전화를 회피한 사례(매일 20~40건, 월 평균 495건)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2누39248 판결). 영업사원이 업무시간 중 매일 집에 들어 3시간 넘게 거주한 경우에도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41337 판결).

이와 같이 직장인들 사이에 관행이나 장난처럼 간주되는 ‘소확횡’하는 행위들은 실제로는 징계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차원에서도 이런 ‘소확횡’에 대해 방치하고 있다가 갑자기 징계 등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공지 등을 통해 이런 행위들이 문제될 수 있음을 알리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근무시간에 대한 소확횡은 추후 근로시간 초과 등의 이슈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이석 등 개인 용무로 자리를 비우는 행위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등 관리가 더욱 필요한 분야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