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술시장 3년새 3배로 급성장 … 전 세계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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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드라히 소더비 아시아총괄디렉터 인터뷰지난 1년 간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소더비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지난해 9월 서울 한남동에 한국 지사를 연 것. 1990년대 한국에 상륙했다가 ‘돈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2000년대 초반 철수 결정을 내린 소더비인 만큼 그 의미가 깊었다. 지난 7월에는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 중심가에 경매장 겸 전시장 겸 문화공간인 ‘소더비 메종’을 열었다.
소더비, 20년만에 한국시장 재진출
"한국 컬렉터들 젊고 미술 이해도 깊어"
막대한 투자 뒤에는 아시아 경영을 책임지는 네이선 드라히 아시아 총괄 디렉터(29)가 있다. 소더비 오너인 파트리크 드라히의 막내아들인 그는 JP모건 등을 거쳐 2021년부터 홍콩에 거주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소더비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한국에 재진출한 이유, 아시아 미술시장의 상황과 향후 전망을 그에게 물었다.▷미술시장이 불황인데도 한국 사무소를 새로 열었습니다. 그만큼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인가요.
“그럼요. 지금 한국은 전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9년에서 2022년까지 3년 사이 시장이 3배 가까이(2억7000만달러→7억8200만달러) 커질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니까요. 한국 미술관과 갤러리의 수준도 훌륭합니다. 이런 성장세와 함께하기 위해 현지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한국 지사가 꼭 필요했습니다.”
▷한국 미술 시장은 다른 지점에 비해 어떤 점이 특이한가요.
“소더비 한국 지사에 오는 컬렉터들은 아주 젊습니다. 고객의 35%가 40세 미만이니까요. 이들은 미술시장에 대한 이해가 아주 깊습니다. 해외 아트페어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갤러리스트와 작가들을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지요. 그래서 한국으로 이들을 만나러 오는 해외 미술 딜러들도 많습니다. 한국 지점을 연 덕분에 지난 1년간 소더비는 이런 컬렉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소더비와 거래하는 한국 고객 중 절반 가까운 숫자(49%)가 지난 1년 새 새로 만난 고객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홍콩 지사를 통해 연락하면 되지 않나요.
“실제로 공간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고객을 만나는 건 무척 중요합니다. 예컨대 소더비 한국은 지난 한 해동안 이배, 김환기, 쿠사마 야요이, 앤디 워홀 등 거장들의 작품들을 한국 지사에서 소개했습니다. 지난 9월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뱅크시와 키스 해링의 작품을 전시했지요. 이를 통해 한국 컬렉터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그만큼 소더비의 입지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홍콩에도 새로운 공간을 열었습니다.
“소더비가 1970년대 아시아 사업을 시작한 이래 50여년이 흘렀습니다. 오늘날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소더비 전체 거래의 30%를 차지합니다. 지난해에는 3년 연속으로 거래액 10억홍콩달러(약 1760억원)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 컬렉터들의 영향력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홍콩 중심가에 소더비 메종을 연 건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세계적인 거장의 미술 작품은 물론 공룡 화석, 시계, 희귀한 초판본까지 모든 종류의 수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아시아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지요.”
드라히는 “여전히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은 홍콩인가”라는 질문에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아시아 시장과 홍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회적으로 홍콩의 우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나 향후 미술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도 마찬가지로 즉답을 피했다.▷올해 하반기 미술시장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시나요.
“4월 소더비 홍콩 세일에서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55%)이 40세 미만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미술 작품을 모은 가족 단위 컬렉터가 많았던 한국에서도, 이제는 젊은 세대 컬렉터가 주류가 되고 있어요. 이들은 장르나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세련된 감각으로 작품을 고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때까지 그랬듯 미술 시장이 회복력을 보여주고 계속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