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기업 돈으로 유흥업소까지…막 나가는 PEF

퍼미라, 요기요에 출장비 전가
일부는 자문사 이용해 자금 유용
컨설팅 명목으로 수억 챙기기도

"신뢰 깨지면 대체투자 축소 우려"
▶마켓인사이트 8월 12일 오전 11시 33분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출장 비용과 각종 접대 비용을 자신들이 인수한 기업(포트폴리오사)에 전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흥업소 비용을 자문사가 대신 결제하게 한 뒤 이를 자문료에 얹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사 자금을 유용하는 일도 벌어졌다. 연기금, 공제회 등의 자금을 받아 굴리는 PEF 특성상 투명한 자금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021년 컨소시엄을 꾸려 배달 플랫폼 요기요(법인명 위대한상상)를 인수한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퍼미라, GS리테일 사이에 잡음이 발생했다. 원인은 퍼미라가 제공했다. 영국계 PEF 운용사인 퍼미라는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출장을 올 때 들어가는 비용을 요기요 자금으로 처리했다. 지난해에만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요기요에 전가했다.

포트폴리오사와 PEF의 자금 운용은 엄격하게 분리해야 한다. PEF가 포트폴리오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더라도 포트폴리오사의 자금을 PEF 운용사 이익을 위해 유용한다면 횡령·배임에 해당한다.

PEF가 포트폴리오사의 자금을 유용하면 그 피해는 포트폴리오사 직원과 출자자(LP)가 덮어쓴다. 요기요는 이미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추락하고 있다. 쿠팡이츠에 배달 플랫폼업계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떨어졌고, 지난해 659억원의 영업손실과 4841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GS리테일은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식으로 문제 삼으면 주주들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퍼미라 관계자는 "요기요의 재정을 유용하거나 부적절한 지출을 한 적이 없다"며 "출장 관련 지출은 모두 전문 지식과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소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PEF업계에선 운용사가 이런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사의 곳간을 빼먹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대주주인 PEF와 포트폴리오사의 관계가 ‘갑과 을’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사는 PEF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A PEF 운용사는 포트폴리오사에 법률, 재무 등을 조언해주는 자문사를 통로로 활용해 포트폴리오사의 자금을 유용했다. 운용사가 사용한 유흥업소 비용을 자문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한 뒤 자문 비용을 정산할 때 이 비용을 얹어서 주는 방식이다. 자문 비용은 포트폴리오사가 지급한다. 자문사도 운용사로부터 일감을 받는 ‘을’ 입장이기 때문에 PEF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일부 PEF는 LP들에게 매년 제출하는 회계감사보고서를 이용해서도 뒷돈을 챙긴다. 사전에 협의한 특정 회계법인에 일감을 주고 이득을 챙기는 식이다.

B PEF 운용사 대표는 포트폴리오사의 회장으로 취임해 3개월간 총 2억원의 급여와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수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포트폴리오사의 비용으로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거주지를 차리기도 했다. 이 운용사는 현재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IB업계 관계자는 “PEF가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받아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고 나면 이후 투자처를 고르거나 포트폴리오사를 관리하는 건 전적으로 PEF가 주도하는 구조”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이 구조를 PEF 스스로 깨버리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대체투자 규모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