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파리올림픽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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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선수단 선전과 대조적으로장마와 폭염에 지친 국민에게 파리에서 날아온 올림픽 대표단의 승전보는 오랜만에 함께한 희망의 빛이었다. 출전권을 얻지 못한 단체 종목 부진으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가장 적은 144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금메달 13개 등 총 32개의 메달을 따내며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에 파리올림픽은 침몰하는 한국의 상징”이라고 비난을 퍼부은 일본 극우 인사도 있었고 스스로도 금메달 5개를 목표로 해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 세계를 향한 자신감과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의 투혼이었고 양궁, 펜싱, 사격, 배드민턴,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서 보여준 성과도 의미가 크다.
'무능한 정치'의 해악 두드러져
국회는 민생법안 처리 안 하고
야당은 탄핵안만 7번 발의
젊은 한국 희망 발견한 올림픽처럼
'창조적 능력' 맘껏 발휘돼야
김종민 S&L파트너스 변호사
정치에 절망하고 선출된 권력에 대한 신뢰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낡고 무능한 정치가 지배하는 우리의 경우는 최악이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개월이 돼서도 거대 야당의 폭주 속에 처리된 민생법안은 한 건도 없다. 대신 6번의 법안 강행 처리, 7건의 탄핵안을 발의하며 1200억원의 국회 예산만 낭비했다. 대졸 미취업 인구가 400만 명을 넘어섰고 1100조원에 달하는 국가채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까지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재정 준칙을 채택·준수할 것”을 권고했지만 ‘25만원 민생지원금’으로 13조원의 예산을 허공에 날려 버리겠다며 정쟁을 멈추지 않는다.오늘날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막는 중요한 걸림돌이 됐다. 문제 해결 대신 분열적 이슈를 계속 끌어가야 당파적인 이익추종자를 만족시킬 수 있기에 분열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기회를 만들 궁리만 한다. 과도한 공공부채는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를 희생시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 된다. 토드 부크홀츠는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이런 기회주의를 우려하며 “국가가 번영을 끝내고 불황으로 접어들 때 파국을 맞이하는 경향이 있고 분열된 국민이 장기적인 의무감을 저버리고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복지사회보다 공정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공정함의 힘은 올림픽 대표단의 성과에서 증명됐다. 감당할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넘는 대중의 압력에 굴복하면 결코 이익이 되지 못한다. 최선을 다한 개인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때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높은 세금으로 과도하게 재분배하려 하면 기업과 고소득자들은 더 이상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성장을 통해 결실을 보아 나눠줄 수 있는 열매가 있을 때 사회적 분배를 추진할 수 있는 잠재력도 생긴다. 결국 성장이 분배를 낳고 모든 것이 성장에 달렸다. 우리의 과제는 올바른 균형을 만들어내는 데 있고 개인 간 경쟁과 집단 연대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리올림픽에서의 감동은 젊은 대한민국의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항상 내일을 준비하는 존재다. 내일의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는 전적으로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의 정신에 달려 있다. 진보와 발전의 방향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창조적 소수’가 제구실을 하지 않으면 그 사회와 역사는 발전할 수 없다. 창조적 능력을 역사와 문명의 발전에 쓰지 않고 자기만족에 안주해 ‘지배적 소수’로 변질될 때 그 사회는 몰락의 운명으로 가게 된다.
페리클레스는 “운이 좋아서 하늘 높이 날게 된 개인이 있더라도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를 쉬어야 할 때 조국의 국력이 쇠퇴했다면 다시 날아오를 힘이 없고, 국가의 역할은 비약하려는 개인이 가진 능력을 모두 펼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파리시의 라틴어 모토 ‘파도에 흔들려도 침몰하지 않는다(Fluctuat nec mergitur)’는 고대 그리스인의 불굴 정신을 상징한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닉은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가면서도 앞으로 나아간다.” 모두 노를 저어라.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