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만년 3등' 세븐일레븐이 달라졌다

스포츠카드 450만팩 '판매돌풍'
잠실 팝업엔 3주간 25만명 몰려

가성비 앞세워 식품도 차별화
'맛장우' 간편식 500만개 팔려

내년 4년만에 흑자전환 기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1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대형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편의점 상품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와 손잡고 ‘굿즈’를 선보였다. K리그 구단 유니폼을 입고 있는 헬로키티 인형, 쿠로미 캐릭터가 입혀진 K리그 구단 머플러 등이었다.

3주 동안 25만여 명이 몰렸다. 하루 평균 600여 명이 ‘오픈런’을 위해 긴 줄을 섰다. 롯데월드타워 팝업스토어 역대 최대 매출 신기록도 세웠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작년부터 판매한 K리그 스포츠 카드 인기가 높아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는데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상품 차별화 성과

편의점업계 3위 세븐일레븐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스포츠 카드 마케팅이 대표적인 사례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작년 9월 K리그 축구카드를 시작으로 KBL 농구카드, KOVO 배구카드, KBO 야구카드 등 7종의 스포츠 카드를 지금까지 450만 팩가량 판매했다. 스포츠 카드는 축구, 야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 리그에 속한 선수가 무작위로 프린트돼 있다. 스포츠 팬 사이에선 자신이 원하는 선수와 구단 카드를 뽑기 위해 유행처럼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카드에서 나오는 매출도 의미 있지만 ‘연계 구매 효과’가 더 크다. 스포츠 카드 구매를 위해 매장에 왔다가 음료나 식품도 함께 사는 소비자가 많다. 세븐일레븐은 팝업스토어의 성공을 발판으로 스포츠 관련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주력 상품인 간편식 등 식품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초점은 가성비다. 지난 3월 배우 이장우를 모델로 쓴 간편식 ‘맛장우’는 용량이 많다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예컨대 김밥은 일반 상품은 8개 들어간 데 비해 맛장우 김밥은 12개 담겼다. 맛장우 전주비빔삼각김밥도 기존 삼각김밥 대비 35%나 내용물이 더 들어 있다. 맛장우 간편식의 누적 판매량은 현재 500만 개를 넘겼다.

‘천원맥주’도 품절 사태를 빚었다. 4월 20만 개 한정으로 수입맥주 버지미스터(500mL)를 판매했는데 닷새 만에 동났다. 6월에 비슷한 콘셉트로 프라가프레시(500mL)를 또 1000원에 내놨는데 이것도 닷새 만에 품절됐다.

미니스톱 통합 효과 본격화

세븐일레븐은 올 4분기부터 2022년 인수한 미니스톱과의 통합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2500여 개 미니스톱 매장이 세븐일레븐 간판을 새로 달았다. 매출이 부진한 매장을 대규모로 정리해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작년 말 기준 세븐일레븐 매장은 1만3130개에 이른다. 1만7000개를 넘어선 GS25, CU엔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경쟁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자체 평가다. 미니스톱 인수 때 얹어준 웃돈(영업권)도 올해 대부분 상각할 예정이어서 내년부턴 재무 부담도 덜 수 있다.회사 내부에선 무엇보다 만년 3등이라는 패배주의가 사라지고 이젠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상품과 마케팅 성공 사례가 잇따르면서 임직원 사기도 고조되고 있다”며 “내년엔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