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어 기생곤충까지 창궐…울진 '대왕소나무'가 아프다

금강송 6000여 그루 '고사 위기'
산림청, 수분 보충 등 보호 조치
경북 울진군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군락지 내 대왕소나무가 기후변화 피해를 입어 고사 직전에 있다. 왼쪽 사진은 건강했을 때, 오른쪽 사진은 고사에 이른 현재 모습. 산림청 제공
“대왕소나무는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상징입니다. 산림 당국이 각별하게 관심을 둬야 합니다.” 경북 울진군에 사는 이성영 씨는 “매년 산불에도 흔들림 없었던 대왕소나무가 다시 건강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3일 산림청에 따르면 울진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상징목으로 꼽히는 대왕소나무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지난 2월 평년보다 4도 이상 높은 이상 고온이 나타나면서 나뭇가지가 마르고, 폭설로 가지가 부러진 탓이다.주변에 자생하는 금강소나무 6025그루가 2년 전부터 서서히 말라 고사하기 시작하면서 대왕소나무도 영향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소나무들이 수분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있다”며 “겨울철 폭설 및 온난현상, 봄철 가뭄, 소나무좀(소나무 기생 곤충) 등 복합 요인으로 나무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소나무는 금강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 강릉과 삼척, 경북 봉화와 울진 일대에서 자생한다. 키가 크고 줄기가 곧고 단단해 예부터 궁궐, 사찰 등을 짓는 데 사용했다.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국내 유일의 천연 유전자 보호림으로 수령이 200년 이상인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1600㏊에 분포해 있다. 대왕소나무는 안일왕산 봉우리 정상부인 819m에 14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금강송으로 수령이 약 600년으로 추정된다.산림청도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지키기 위해 긴급 보호 조치에 나섰다. 우선 대왕소나무에 주입식 병해충 방제를 했다. 주변의 고사목을 제거하고 매일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체계적인 보호를 위해 전문가들과 집단 고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