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들이 하나둘 멸종하고 있는데 인간은 괜찮을까 [서평]


카트린 뵈닝게제, 프리데리케 바우어 지음
에코리브르 출판
<종의 소멸>은 독일의 생물학자와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작심해 인류에게 날카로운 지성으로 경종을 울린 책이다. 저자들은 인간들이 유례없는 속도로 자연을 과도히 이용해왔다고 고발한다. 책은 매년 100만 헥타르 가량의 숲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포르투갈 면적보다도 넓은 숲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다. 저자들은 자연을 무한한 자원 제공처로 인식하는 인간들의 행동 때문에 자연 환경이 황폐화하고 그 결과 800만종의 생물 가운데 100만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충격적 사실을 전한다.

책은 "이제 인류는 전환점에 서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도 생물다양성 유지를 우선순위로 부여해 꾸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 멸종 등의 이슈를 주변부나 틈새에 미뤄두어서는 인류가 빠른 시간 내 멸종할 수도 있단 사실을 상기시킨다. 저자들에 따르면 종의 다양성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기초이자 보험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종이 필요한지는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다다익선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하나의 종이 환경의 변화로 제 기능을 상실한다면, 다른 종이 그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많은 종이 있을수록 특정 기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저자들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지렁이 하나만 사라져도 인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지렁이가 사라지면 인간에게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식물이 말라가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찰스 다윈의 명저 <종의 기원>에 까지 생각이 미친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썼던 목적은 인간은 지구상의 숱한 생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유일하거나 특별한 존재가 아니란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인간들은 창조론을 굳게 믿던 과거의 사람들처럼, 인간만이 세상에서 숨쉬는 가장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이 되고, 식물의 광합성으로 우리가 숨쉴 수 있는 산소가 만들어진다는 것 등은 과학적 사실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것을 지키는 기본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저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저자들은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기 위한 좋은 예로 호주의 '자연 재생에 따라 관리하는 농장'이라는 방법 등을 책에서 소개한다. 성장을 새로 촉진하기 위해 땅 밑에 숨은 뿌리와 기존의 덤불을 활용하는 게 골자다. 책은 "많은 이들이 나무를 다시 심는 일이 매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수백만 달러를 들일 필요도 없으며 첨단 과학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과 함께 작업하면 된다"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이 책은 150여년 전, 찰스 다윈이 은연중에 제안했던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를 버려야만 생물다양성을 지켜갈 수 있고 인류도 종속할 수 있다는 것. 저자들이 책 말미에 제안하는 '자연과 더 잘 지내기 위한 10가지' 조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