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박보영 넘기고"…KBS·CJ ENM 업무협약, 누가 득일까 [김소연의 엔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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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협력은 있었지만, 더 잘해보자는 의지 표명 아니겠나."
KBS와 CJ ENM이 드라마 제작과 사업을 협력하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지난 12일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한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업무협약 체결을 놓고 내부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 KBS 관계자는 "업무협약이라는 게 양측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하는데, KBS가 얻는 게 뭐냐"며 "지금도 KBS가 기획한 것 중 쓸만한 건 넘어가고 있는데, 그쪽 입장에선 KBS가 그동안 키워온 양질의 작가, 연출자, 프로듀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지만 우린 얻는 게 없다"고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최근 드라마 사업은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워졌다. 출연료와 인건비 등 제작비 상승으로 국내 시청률 1위를 해도 수출이 되지 않으면 수십억원씩 적자를 보는 구조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서 국내 방송 광고 시장은 더욱 힘들어졌다.
몇몇 유명 배우 중에는 "글로벌 OTT 작품이 아니면 출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처럼 한 번 화제가 되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또한 영화 제작 환경과 흡사한 분위기와 처우 역시 이들의 시리즈물 입성을 이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디즈니 플러스 '삼식이 삼촌'으로 드라마에 데뷔한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하정우, 황정민, 최민식 등 수년간 영화에만 출연했던 배우들도 글로벌 OTT의 시리즈물 출연 소식은 들려오고 있다.
KBS와 CJ ENM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뤄졌다는 해석이다.협약을 통해 KBS는 제작 계열사인 몬스터유니온,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과 관련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사가 제작한 드라마를 서로의 채널인 KBS 2TV와 tvN, 티빙 등에서 방영하도록 협조하고, 드라마 마케팅과 프로모션도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몬스터유니온에서 기획한 '친애하는 X', '미지의 서울' 등이 티빙과 tvN에서 내년에 방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애하는 X'에는 김유정와 김영대, '미지의 서울'은 박보영이 캐스팅돼 화제가 된 작품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기획작 중 KBS에서 방영될 작품은 현재 논의 중이다.
하지만 양사의 기획작이 자사 채널이 아닌 tvN과 KBS에서 방영된 건 이번 협력 전에도 여러 사례가 있었다. 시청률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준기, 문채원 주연의 tvN '악의 꽃'은 몬스터유니온 작품이었고, 최고 시청률 45.1%를 기록했던 KBS 2TV '황금빛 내 인생'은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만들었다.그런데도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양측의 더욱 끈끈해진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동상이몽을 꾸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업무협약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한 KBS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괜찮은 캐스팅이 확정된 '친애하는 X'와 '미지의 서울'이 KBS가 아닌 CJ ENM으로 간 것을 두고 '어떻게서든 우리가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한탄도 있었다"며 "지금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편성 전략을 가진 거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다른 방송사로부터 신인 작가, 연출자들의 작품들을 방영해달라는 제안을 KBS가 받은 것으로 안다"며 "KBS가 오랫동안 '드라마스페셜'을 이어오고 작가교육원과 연계하며 발굴하고 키워온 작가, 연출자들이 만든 양질의 기획안과 대본은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저쪽(CJ ENM)에 넘기고, KBS는 저들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방송을 해줘야 하냐"고 덧붙였다.또 다른 관계자 역시 "KBS가 제작비가 많이 줄면서 최근엔 적은 비용의 방영료만 지불하는 작품 위주로 편성하고 있는데, 이 마저도 방영료가 타 방송사와 비교해 적은 수준이라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며 "자체 기획, 제작 작품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맺어진 업무협약은 기대보다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KBS는 지난해 '고려거란전쟁'이 호평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환상연가'는 4.3%(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이하 동일 기준), '멱살 한번 잡힙시다'는 3.8%가 최고 시청률이었고, '함부로 대해줘'는 1회 2.3%가 최고 시청률이라는 굴욕과 함께 방영 내내 1%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KBS의 1년 농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콘크리트 시청률을 자랑했던 주말드라마까지 20%를 밑돌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방영된 KBS 2TV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 시청률은 14.0%였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KBS의 채널 경쟁력이 밀리면서 캐스팅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드라마 한 편을 기획하는데 최소 1년에서 2년은 걸리는 만큼, '캐스팅이 안 된다', '사업성이 안 된다'는 이유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방영하는 게 맞지 않냐는 측면에서 본다면 '윈윈' 아니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CJ ENM 관계자 역시 "일방적으로 우리만 득을 보는 구조라면 업무협약 체결이 됐겠냐"면서 "기획안이 공개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경쟁력이 높아진 거라고 볼 수 있다"고 의의를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KBS와 CJ ENM이 드라마 제작과 사업을 협력하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지난 12일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한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업무협약 체결을 놓고 내부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 KBS 관계자는 "업무협약이라는 게 양측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하는데, KBS가 얻는 게 뭐냐"며 "지금도 KBS가 기획한 것 중 쓸만한 건 넘어가고 있는데, 그쪽 입장에선 KBS가 그동안 키워온 양질의 작가, 연출자, 프로듀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지만 우린 얻는 게 없다"고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최근 드라마 사업은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워졌다. 출연료와 인건비 등 제작비 상승으로 국내 시청률 1위를 해도 수출이 되지 않으면 수십억원씩 적자를 보는 구조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서 국내 방송 광고 시장은 더욱 힘들어졌다.
몇몇 유명 배우 중에는 "글로벌 OTT 작품이 아니면 출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처럼 한 번 화제가 되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또한 영화 제작 환경과 흡사한 분위기와 처우 역시 이들의 시리즈물 입성을 이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디즈니 플러스 '삼식이 삼촌'으로 드라마에 데뷔한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하정우, 황정민, 최민식 등 수년간 영화에만 출연했던 배우들도 글로벌 OTT의 시리즈물 출연 소식은 들려오고 있다.
KBS와 CJ ENM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뤄졌다는 해석이다.협약을 통해 KBS는 제작 계열사인 몬스터유니온,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과 관련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사가 제작한 드라마를 서로의 채널인 KBS 2TV와 tvN, 티빙 등에서 방영하도록 협조하고, 드라마 마케팅과 프로모션도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몬스터유니온에서 기획한 '친애하는 X', '미지의 서울' 등이 티빙과 tvN에서 내년에 방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애하는 X'에는 김유정와 김영대, '미지의 서울'은 박보영이 캐스팅돼 화제가 된 작품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기획작 중 KBS에서 방영될 작품은 현재 논의 중이다.
하지만 양사의 기획작이 자사 채널이 아닌 tvN과 KBS에서 방영된 건 이번 협력 전에도 여러 사례가 있었다. 시청률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준기, 문채원 주연의 tvN '악의 꽃'은 몬스터유니온 작품이었고, 최고 시청률 45.1%를 기록했던 KBS 2TV '황금빛 내 인생'은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만들었다.그런데도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양측의 더욱 끈끈해진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동상이몽을 꾸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업무협약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한 KBS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괜찮은 캐스팅이 확정된 '친애하는 X'와 '미지의 서울'이 KBS가 아닌 CJ ENM으로 간 것을 두고 '어떻게서든 우리가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한탄도 있었다"며 "지금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편성 전략을 가진 거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다른 방송사로부터 신인 작가, 연출자들의 작품들을 방영해달라는 제안을 KBS가 받은 것으로 안다"며 "KBS가 오랫동안 '드라마스페셜'을 이어오고 작가교육원과 연계하며 발굴하고 키워온 작가, 연출자들이 만든 양질의 기획안과 대본은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저쪽(CJ ENM)에 넘기고, KBS는 저들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방송을 해줘야 하냐"고 덧붙였다.또 다른 관계자 역시 "KBS가 제작비가 많이 줄면서 최근엔 적은 비용의 방영료만 지불하는 작품 위주로 편성하고 있는데, 이 마저도 방영료가 타 방송사와 비교해 적은 수준이라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며 "자체 기획, 제작 작품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맺어진 업무협약은 기대보다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KBS는 지난해 '고려거란전쟁'이 호평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환상연가'는 4.3%(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이하 동일 기준), '멱살 한번 잡힙시다'는 3.8%가 최고 시청률이었고, '함부로 대해줘'는 1회 2.3%가 최고 시청률이라는 굴욕과 함께 방영 내내 1%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KBS의 1년 농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콘크리트 시청률을 자랑했던 주말드라마까지 20%를 밑돌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방영된 KBS 2TV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 시청률은 14.0%였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KBS의 채널 경쟁력이 밀리면서 캐스팅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드라마 한 편을 기획하는데 최소 1년에서 2년은 걸리는 만큼, '캐스팅이 안 된다', '사업성이 안 된다'는 이유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방영하는 게 맞지 않냐는 측면에서 본다면 '윈윈' 아니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CJ ENM 관계자 역시 "일방적으로 우리만 득을 보는 구조라면 업무협약 체결이 됐겠냐"면서 "기획안이 공개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경쟁력이 높아진 거라고 볼 수 있다"고 의의를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