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대한의 귀신 될 것"…광복절에 돌아온 '항일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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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日·美서 돌아온 문화유산 3점 공개“살아서는 대한의 백성이 될 것이요, 죽어서는 대한의 귀신이 될 것이니, 너희들은 빨리 생각하여 서둘러 도모하라.”
등 자주 독립 의식 돋보여
1909년 2월 경기 양주 일대에서 활동하던 의병장 유인순(1880~1909)이 남긴 말이다. 항일 연합 의병부대인 13도 창의군(十三道 倡義軍)의 우장군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는 항전을 계속하다가 다음 달인 3월 17일 양주 북방 40리 지점에서 부하 16명과 함께 전사했다. 이번에 일본에서 돌아온 <한말 의병 관련 문서>에서 그 원문이 처음 확인됐다.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선조들의 자주독립 의지를 담은 환수 문화유산 세 건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유산청은 14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韓日關係史料集)-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 <조현묘각운(鳥峴墓閣韻)> 시판을 언론에 공개했다. 일제강점기 전후 국외에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로, 최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한 매입과 기증 등의 방식으로 국내 환수됐다.
올해 7월 복권기금을 통해 일본에서 들여온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의병들의 활동 기록과 서한 등을 엮은 문서다. 총 두 개 묶음으로 구성된 두루마리엔 총 13건의 문서가 수록됐다. 13도 창의군에서 활동한 허위, 이강년 등이 작성한 문서 9건과 유중교와 최익현의 서신 4건 등으로 구성됐다.첫머리에 덧붙여진 글을 통해 개천장치(芥川長治)라는 일본의 헌병경찰이 1939년 이 문서들을 수집해 지금의 형태로 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두루마리에는 '구한말 일본을 배척한 우두머리의 편지'와 '구한말 일본을 배척한 폭도 장수의 격문'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이번에 처음 원문으로 확인된 수록 문서 13건에는 의병 간 협조와 갈등의 양상 등 구체적인 내용이 기록됐다. '함께 국가를 구제하기로 회신하오니, 밤새워 군진을 이끌고 오시길 간절히 바람' 등 편지 내용에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허위와 이강년의 체포, 항일의병장 유인석의 시문집인 <의암집> 제작 현장 급습 등 일제의 탄압 과정도 자세히 기록돼있다.
구한말 항일 의병을 연구하는 박민영 원광대 책임연구원은 "독립운동 최고의 서훈인 대한민국장을 수훈한 허위, 이강년, 최익현 등 독립운동가들이 생산한 자료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한일관계사료집>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제연맹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요구하기 위해 편찬한 역사서다. 모두 네 권으로 구성됐다. 지난 5월 재미교포 개인 소장자가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을 국민이 함께 향유하길 바란다"며 아무런 조건 없이 국외재단에 기증했다.이번 환수는 <한일관계사료집>이 전 세계적으로 총 3질만이 현전하는 희귀한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편찬 당시 총 100질이 제작됐는데, 그동안 확인된 판본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독립기념관 소장본, 미국 컬럼비아대학 소장본과 두 질이 전부였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환수본 첫머리에 집필자 중 한명인 김병조의 인장이 날인됐다는 점에서 김병조의 소장본으로 추정하고 있다.마지막 환수유물은 지난 6월 일본에서 활동하는 개인사업가 김강원 씨의 기증으로 일본에서 돌아온 <조현묘각운> 시판이다.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부친이자 담양학교 설립자인 송훈(1862~1926)의 작품이다. 전남 담양군에 있는 옛 지명 '조현'에 묘각을 새로 지은 것을 기념해 후손이 번창하길 기원하는 시문이 적혀있다. 시판은 시문을 써넣은 현판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우리나라 자주독립과 관련된 문화유산을 선보이게 돼 뜻깊다"며 "단순히 국외에 있던 문화유산을 국내에 들여오는 물리적 회복을 넘어서, 우리 선조들의 조국 수호 정신을 오롯이 회복하는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