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핑'·'파산핑'…'하츄핑' 감독 "돈 벌 생각만했다면 韓 애니 미래 없어" (인터뷰②)

'사랑의 하츄핑' 김수훈 총괄감독 인터뷰
"중국 개봉 준비 중…일본서도 정식 론칭"
"부모·아이 동시에 만족시키려 가족물로 제작"
'사랑의 하츄핑' 김수훈 총괄 감독 /사진=쇼박스
최근 극장 상영관 입구에는 핑크빛 매대가 늘어서 있어 어린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는 '파산핑', '등골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티니핑' 시리즈 첫 영화 '사랑의 하츄핑' 굿즈들이다.

'하츄핑'의 아버지 김수훈 총괄 감독은 14일 서울 강남구 쇼박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파산핑', '등골핑'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부모들에게 죄송하긴 하다"며 웃었다. 이어 "처음엔 그런 말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재밌게 봤는데 요즘 느끼는 건 부모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운명의 소울메이트를 찾아 나선 로미와 하츄핑의 첫 만남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다. 독보적인 키즈 팬덤을 보유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의 첫 영화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시청률 20% 돌파, 글로벌 누적 조회수 8억 등 만들어진 지 4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IP로 급부상했다.

특히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법, 왕국, 요정 소재에 승부욕 강하고 활발한 소녀 주인공과 여기에 시리즈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귀여운 티니핑들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이런 티니핑을 '파산핑', '등골핑'이라고 부르고 있다. 캐릭터가 시리즈별로 계속 나와 아이들에게 완구를 사주다 보면 파산을 면하기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다.

김 감독은 이같은 인기에 대해 "처음에 티니핑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만 한 번만 이해하면 빠져나 갈 수 없는 방식"이라며 "이름 뒤에 '핑'만 붙이면 응용할 수 있게 해서 아이들이 공식만 알면 쉽고 응용도 할 수 있는 것이 요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어 "티니핑 팬들은 물건을 사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캐릭터를 사는 것이 특징"이라며 "일반적인 완구를 살 때와는 다르다. 아이의 기호에 맞춰 사주다 보면 부모들도 사주는 맛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미지 소비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지금 인기가 있을 때 만들어야 하지만, 창작은 항상 멈춰야 하는 시점이 있는 것 같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려해 적정한 선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 /사진=쇼박스
2년이란 시간 공 들여 내놓은 '사랑의 하츄핑'은 14일 오전 누적 관객 수 44만748명을 기록하며 가족 관람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IP 특징이 있는 작품은 실사 영화와 손익분기점 추산 방식이 달라 정확하게 산정하기 힘들지만, 극장 목표 관객 수는 50만 명으로 광복절 연휴가 지나면 이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김 감독은 "중국 개봉도 준비 중이라 누적 관객 수 50만 명이 넘으면 손익분기점은 나올 것 같다. 여기에 완구 판매뿐만 아니라 맘스터치, 이디야 등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도 매출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도 준비 중이다. 김 감독은 "시리즈로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이번에 일본에 '티니핑' 시즌2를 공개하면서 브랜드 론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랑의 하츄핑' 개봉 후 온라인상에서는 딸아이에게 보여주러 가서 엄마, 아빠가 이 영화의 팬이 됐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가족물'이라고 설명하며 "'티니핑으로 돈을 벌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른과 아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아이들 영화를 보러 가서 부모들은 대부분 잔다.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한국 애니메이션 발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백설공주 이야기를 애니로 만들기 위해서 감정을 진지하게 표현하면 가족물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엄마 입장에선 아이가 영화를 보고 생각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애들은 즐거워야 한다는 재미가 없으면 절대로 안 보기 때문"이라며 "영화라는 장르는 TV 시리즈에서 못 했던 센 부분도 할 수 있다. 무서운 장면이 나와도 부모가 옆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무서움을 극복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부모도 기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런 영화적 경험을 통해 '티니핑', '하츄핑'의 성장과 함께 아이들도 커가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우리는 일본식 마법소녀물을 보고 자랐고, 사업하는 입장에서 많이 연구했다. 일본 애니는 자극적이라 우리는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감정, 그 선을 지키면서 가져가야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