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설보다 무서워"…아이돌 팬덤 분열 '초유의 사태' [이슈+]
입력
수정
음주운전, K팝 아이돌도 예외 없다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음주운전 후폭풍이 거세다. 소속사 하이브 사옥 앞에는 그의 팀 탈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화환이 배송됐고, 온라인상에서는 슈가를 응원하는 팬들과 탈퇴하라는 팬들이 나뉘는 등 팬덤 분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K팝 업계에서는 열애설과 함께 금기로 여겨지는 게 '음주운전'이다. 다른 범죄에 비해 비교적 자숙 시기가 짧고 연예계 복귀가 수월했던 다수의 사례에 비판 여론이 거센 데다가 최근 음주운전 후 도주해 이른바 '술타기'를 시도했던 가수 김호중 사태로 대중의 잣대가 한층 엄격해졌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H.O.T. 강타, 신화 신혜성·전진, 젝스키스 은지원, JYJ 김재중, 2PM 닉쿤·준케이 등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고도 활동을 이어온 과거 아이돌 스타들과 달리 그룹 AB6IX 임영민, 빅톤 허찬, 다크비 테오 등은 즉각 팀을 탈퇴했던 바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이돌한테 가장 치명적인 게 열애설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음주운전"이라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명확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으면 팀이나 회사까지 범죄를 가볍게 보고 두둔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AXA손해보험이 운전면허 소지자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운전자 교통 안전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9명(95.4%)는 가장 위험한 운전 습관 1위로 술을 4~5잔 이상 마신 후 운전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술을 1잔 이상 마신 후 운전하는 습관이 위험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89.9%에 달해 음주운전 자체의 위험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음주운전 시 교통사고 발생 위험성에 대한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의 71.2%가 사고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이 음주 후 운전을 교통사고 발생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특히 도로안전 개선을 위한 우선사항으로 '음주운전 위험성 교육', '휴대전화 이용 위험성 교육'과 함께 '개인용 이동장치&오토바이 이용자 안전교육'이 꼽혀 눈길을 끌었다.
슈가가 몬 것으로 알려진 것 역시 전동 스쿠터였다. 2인 탑승에 '만취 운전'까지 법규를 지키지 않은 개인형이동장치(PM)가 늘면서 이 역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이동장치 음주운전 면허 취소는 3838건으로 5년 전인 2019년(46건)과 비교해 83.4배 급증했다. PM 음주운전 면허 취소는 2019년 46건에서 지난해 4542건, 면허 정지도 7건에 2207건으로 폭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주운전은 대응이 어렵다 못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소속 가수뿐만 아니라 전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계속 주지시키고 자체적인 술방 등은 자제하라고 권유한다. 신인이 아닌 이상 매니저가 아티스트 옆에서 24시간 관리하는 게 어렵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우선이다. 전후 사정을 해명하거나 피해 유무를 따져 밝히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음주운전' 꼬리표가 붙는 게 팀 측면에서 치명적이기 때문에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