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필기구 자존심 '자바펜'…400개 제품 앞세워 日과 경쟁

수출영토 넓히는 정창수 대표

27년 업력의 필기구 브랜드
일본산 판치는 국내 시장서
10% 점유율 기록하며 선전
동남아 등으로 수출 확대
정창수 자바펜 대표가 14일 서울 등촌동 본사에서 수출용 캐릭터 ‘쭈바 프렌즈’와 필기류를 소개하고 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수입 필기구가 점령한 국내 문구 시장에서 종종 일본 제품으로 오해받는 토종 브랜드가 있다. 1997년 설립된 필기구 전문 생산회사 자바펜(JAVAPEN)이다.

14일 만난 정창수 자바펜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필기감이 좋다고 정평이 난 일본 제품에 자바펜 품질이 뒤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자바펜의 기준은 엄격하다. 자바펜은 거의 모든 제품을 검사한다. 불량률 ‘제로’ 수준이어야 일본 제품을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는 “생산 업체와 거래할 때도 흔히 가격을 깎는 경쟁사와 달리 제품당 10~20원씩 더 쳐준다”며 “제작 과정에서 품질 개선과 검사를 꼼꼼히 해달라고 당부하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자바펜은 볼펜, 만년필, 샤프, 마커 등 필기구류 분야에서만 총 400여 가지 제품군을 촘촘하게 거느리고 있다. 브랜드는 ‘제트라인’. 필기구는 촉이 금속(tip)으로 된 볼펜과 아크릴·폴리에스테르 재질(nib)을 쓴 마커 등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필기구는 찌꺼기가 없고, 볼이 잘 굴러가고, 잉크 마지막 한 방울이 나올 때까지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지론이다.

일제 필기구류가 국내 시장의 60%를 장악한 상황에서 자바펜의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으로 미미한 편이지만, 토종 브랜드로는 1위다. 삼색 볼펜을 2008년 처음으로 국산화한 것도 자바펜이다. 한때 수입품이 95% 이상 잠식한 목공용 ‘홀더 펜’은 자바펜이 제품을 출시한 후 40%를 탈환했다.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매출은 80억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국내 필기구류 제조사는 유통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라며 “일본 제품에 대항해 꾸준한 연구개발로 신제품을 계속 내놓는 필기구류 업체는 사실상 자바펜이 유일하다”고 했다.그는 한국파이롯트 영업본부장 출신이다. 한국파이롯트가 국내 생산을 접고 수입 유통사로 전환한 1997년 자바펜을 창업했다. 정 대표는 “일본 제품과 중국산 저급품이 국내 문구류 시장을 침투하는 모습을 보고 품질을 앞세운 국산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자바펜 슬로건은 ‘국산 필기구의 자존심’이다. 일부 제품에는 이 슬로건과 태극기를 새겼다.

창업 초기에는 판로 개척이 어려워 고전했다. 정 대표는 “인연이 오래된 도매상조차 상위 업체의 눈치를 보며 물건을 받아주지 않아 냉혹한 비즈니스 생리를 실감했다”며 “도매상을 포기하고 007가방을 든 채 문구 소매상을 찾아다니며 4~5년 만에 140여 곳의 거래처를 뚫었다”고 했다. 자바펜은 수출 영토 확대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올해 초 ‘쭈바 프렌즈’라는 캐릭터를 출시했다. 10여 년 전 진출한 태국에선 일본 제품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