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년 만에 분식회계 오명 벗은 '삼바'…누가 이 사태 책임질 건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제재 조치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증시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오명을 6년 만에 벗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어제 “증선위의 제재를 전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18년 증선위는 삼바가 2015년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회계 처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부풀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대표이사·임원 해임, 과징금 80억원 부과, 시정 요구(재무제표) 등 제재 조치도 내렸다. 이에 대해 삼바가 “정당한 회계 처리였다”며 소송을 냈는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심리가 계속 지연되다가 이제서야 결론이 난 것이다. 이번 판결에 앞서 지난 2월엔 서울중앙지법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분식회계·허위 공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모두 1심이기는 하지만 분식회계가 아니었다는 법원 판결에 이어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 취소 결정까지 내려진 것이다.삼바 분식회계 의혹은 애초부터 공인회계사회도 “적정하다”고 판단한 기업의 정상적 회계 처리를 ‘분식회계’라는 답을 미리 정해놓고 끼워 맞춘 사건으로 봐야 한다. 참여연대의 최초 문제 제기 후 조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재조사에 나서 “분식회계”라고 말을 바꿨다. 정치권과 검찰 역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삼바를 끌어들여 대규모 회계 부정이 있는 것처럼 공격했다. 특히 검찰은 2020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지와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수사 대상조차 아니라는 의견을 냈지만 기소를 강행하기도 했다.

증선위 제재 조치 후 한 달 가까운 거래 정지와 주가 하락을 감내해야 했던 삼바 주주들과 몇 년간 재판에 시달리느라 경영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경영진은 손실을 하소연할 데도 없다. 전문가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와 법의 잣대만 무리하게 들이댄 결과다. 증선위가 이번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무조건적인 항소엔 신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