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군 야구…삼성 '홈 관중 100만' 넘었다

홈구장 '라팍' 창단 이후 첫 한 시즌 최다 관중

올해 58경기 중 매진 17회 달해
AI가 없앤 야구 '마태효과' 톡톡
삼성 '영건' 맹활약…팬 부쩍 늘어
창단 42년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한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 라이온즈파크에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이 응원하고 있다. /한경DB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가 1982년 구단 창단 42년 만에 처음으로 연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15일 삼성 라이온즈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라팍)에 2만435명이 찾아 누적 홈 관중 101만4689명을 기록했다.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100만 관중 돌파는 서울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 베어스(8일)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 라이온즈 2024시즌 홈경기에는 경기당 평균 1만7494명이 찾아 지난해 평균 관중 1만1912명보다 46% 많았다.대구에선 요즘 “홈경기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주말과 휴일은 자주 매진되는 데다 평일에도 좋은 자리는 일찌감치 판매된다. 올해 라팍에서 열린 58회 경기 가운데 매진(2만4000명)된 경기는 총 17회다. 2016년 개장한 라팍은 그해 기록한 최다 관중 85만1417명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 관계자는 “잠실구장이 원정팀 관객이 많은 서울 경기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 홈구장의 100만 명 기록 달성은 프로야구에 대한 대구 팬들의 높은 열기를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프로야구의 인기는 치열한 선두권 다툼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도 시즌 초 예상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인공지능(AI) 판정인 자동볼판정시스템(ABS) 적용 이후 나타난 ‘영건’의 맹활약이 프로야구 제2 전성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ABS 도입 전에는 심판이 유명 선수에게 유리하게 판정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AI는 유명한 선수를 몰라본다. 그 덕에 신인 선수들이 약진했고 이들의 팬층이 늘어나며 프로야구 구름 관중 시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기아 타이거즈의 선두 질주를 이끄는 김도영(20) 말고도 두산 베어스의 필승계투진 김택연(19), 신인으로 올해 20홈런을 돌파한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20) 등 올해 유독 영건의 맹활약이 두드러진다. 15일 기준 2위와 반게임 차로 3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라인업 중에서도 김지찬(23), 이재현(21), 원태인(24), 윤정빈(25), 좌완투수 이승현(22) 등이 모두 20대다. 가족과 함께 자주 라팍을 찾는다는 장미화 씨는 “올해 20대 여성 팬이 부쩍 늘어났다”며 “신구 선수가 모두 잘하지만 특히 삼성 영건의 활약이 100만 관중 기록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BS로 야구계의 ‘마태효과’가 사라졌다는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태효과는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이 1969년 주창한 개념이다. 무명 과학자가 저명한 과학자와 비슷한 연구 성과를 내도 연구비 지원은 저명한 과학자가 많이 받는 현상을 의미한다. 성경 마태복음의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구절에서 딴 의미다.

라팍 100만 관중 돌파를 기념해 광복절인 15일 KT wiz(위즈)와의 홈경기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구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