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카카오페이 정보 유출 논란'의 씁쓸한 이면

금감원, 기업에 소명 기회 안 줘
예측 가능한 검사 방식이어야

조미현 금융부 기자
“일반적인 검사와는 다르게 진행된 면이 있습니다.”

국내 로펌에서 전자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카카오페이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당초 카카오페이 현장검사를 실시한 건 외국환 업무 관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가 우연히 카카오페이가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제휴한 중국 알리페이에 국내 고객의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마치 검찰의 별건 수사와 비슷했다는 게 법조계 일부의 시각이다.검사는 5~7월 이뤄졌다. 통상 길어야 4주 정도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길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카카오페이는 검사의견서도 받지 못했다. 금융사의 부당·위법 행위를 지적하는 검사의견서는 제재의 필수 절차다. 검사의견서를 못 받았으니 소명할 기회도 없었다.

더구나 카카오페이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카카오페이는 부랴부랴 언론 보도에 대해 입장문을 냈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입장문을 내자 불과 반나절 만에 이를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언론을 통해 금감원으로부터 검사의견서를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법을 위반해 알리페이에 고객 정보를 넘겼다면 당연히 제재받아야 한다. 위법 여지가 있다면 이제라도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국내 간편결제사들이 ‘C페이’(중국 간편결제)와 협력을 넓히는 상황에서 내국인의 개인정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하지만 뒷맛이 씁쓸한 건 여전하다. 금감원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하면서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사업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소명 기회조차 없었던 데다 그 과정에서 언론에 검사 관련 정보가 샌 건 기업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상장사인 카카오페이는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전해진 당일 주가가 5% 넘게 하락했다.

금감원 주장대로 지난 6년간 카카오페이를 통해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중국 업체에 넘어갔다면 당국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국 업체와의 제휴는 몇 년간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이 논란거리가 된 지도 오래다. 하지만 법 해석을 두고 금감원과 카카오페이가 이견을 보인 것처럼 당국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해 놓지 않았다.

카카오페이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검사 방식이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