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교체·감원…칼 뺀 美기업에 시장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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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들 고강도 구조조정
스타벅스·빅토리아시크릿 등
실적 부진에 CEO 전격 교체
'비용 절감' 시스코 1만명 해고
쇄신 기대로 주가 수직상승
"실적 개선까지 지켜봐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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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신임 CEO에게 1억弗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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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CEO 영입에 이처럼 거액을 쏟은 이유는 최근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의 동일 매장 기준 매출은 물가 상승, 불매 운동 등 여파로 두 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스타벅스는 “니콜 CEO는 지난 수년간 실력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상당한 이익을 내왔다”며 영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니콜 CEO는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멕시칸그릴을 이끌며 주가를 약 773% 끌어올렸다.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13일 스타벅스 주가는 전날 대비 24.5% 급등한 93.9달러에 장을 마쳤다.
○경쟁사 CEO 뺏은 빅토리아시크릿
빅토리아시크릿의 CEO 교체도 역시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워터스 전 CEO 재임 기간인 2021년 8월 L브랜즈에서 분사해 독립 상장한 후 지금까지 주가가 절반 이상 하락했다. 수요 감소, 새비지X펜티 같은 신생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 직장 내 위법 행위 의혹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슈퍼 신임 CEO는 북미에서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코, 올해 1만 명 해고…AI로 눈 돌려
이날 시스코는 2분기 영업이익이 2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2분기 매출은 136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시스코는 사이버 보안과 인공지능(AI) 등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실적을 개선할 때까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 가치투자자 빌 나이그렌은 “일부 전문가는 기대치를 낮추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상황이 반전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CEO를 영입한 많은 기업은 기존 CEO가 있던 시절과 비슷하게 주가가 계속 부진했다”고 덧붙였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