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 안정화 정책을 얘기했다. 총수요를 관리하는 경제 안정화 정책에 대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구분해 그 효과를 살펴봤다. 그러나 현실 경제에서 경제 안정화 정책을 통한 경기조절 능력은 제한적으로 작동된다.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s)는 그러한 정책의 한계를 일부 보완할 수 있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적극적이고 재량적인 정책이라기보다 소극적이며 규칙에 의한 정책이다. 그래서 자동안정화 장치를 정책이 아닌 제도로 분류하기도 한다.
경제 안정화 정책의 한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제 안정화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통계조사를 거쳐 현재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제 안정화 정책을 펼치는 시점에서 경제 상황은 조사를 실시하던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조사 시점에 수립된 정책으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 그뿐 아니라 정부지출이나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 시간도 제법 많이 소요된다. 정책 집행 후 총수요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차가 꽤 있기 때문에 확장정책이 경기회복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정책이 적절한 집행 시기를 놓치고 경기가 자연적으로 회복될 경우 확장정책의 효과가 가중돼 경기변동 폭을 더욱 확대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제 안정화 정책을 통해 경제 상황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이런 한계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동안정화장치의 역할
자동안정화장치는 경기 상황에 따라 기존 재정정책 제도가 자동으로 작동해 경제를 안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재정지출이나 조세 징수액이 자동 조절되도록 하는 법적 조항이 마련돼 있다면 경기가 불황일 때 재정지출이 늘고 조세 징수액은 줄어 경기가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반대로 호황이면 재정지출이 줄고 조세 징수액은 늘어 경기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같은 재정 제도가 자동안정화장치다. 자동안정화장치는 매일매일 경제 상황을 평가해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드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
누진세와 실업보험제도
대표적인 자동안정화장치로는 누진소득세와 실업보험제도 등이 있다. 소득세가 누진세로 부과되면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게 적용된다. 불황으로 국민 소득이 감소하면 적용 세율도 자동으로 낮아져 조세 징수액도 함께 줄어든다. 이때 소비지출의 감소가 크지 않아 불황이 더 커지는 것을 막음으로써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게 된다. 반대로 경제가 호황이 되면 조세 징수액이 증가해 소비지출이 감소하므로 경제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용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업보험제도도 경제 안정화 장치 중 하나다. 실업보험은 노동자들이 해고되면 보험금을 주는 제도다. 불황일 때 많은 근로자가 실직하지만, 실업에 따른 보험금을 받게 돼 소비침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대로 호황일 때는 실업보험금을 받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실업보험뿐 아니라 많은 사회복지 프로그램도 경기침체 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자동안정화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안정화장치의 문제점
그러나 경기를 회복하고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자동안정화장치가 오히려 경제 안정에 제동을 가하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바로 조세 징수액이 증가하거나 실업보험금의 지급 규모가 감소하면 총수요의 팽창을 더디게 해 경기회복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과열된 경기를 진작시키는 과정에서 조세 징수액이 많이 감소하거나 실업보험금이 많아지면 경기 과열이 진정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 기억해주세요
경제 안정화 정책이 적절한 집행 시기 등을 놓쳐 경기조절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경기 변동 폭을 더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이런 한계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