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다다랐는데…7조7500억원 들인 기술로 석유 쏟아진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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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워터 호라이즌 재앙' 이겨내나※[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초고압 시추 기술로
수십억 배럴의 석유·가스 추가 생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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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브런은 멕시코만 심해에서 부유식 생산기지 앵커를 운영하고 있다. 깊이는 10㎞에 가까워 초고압 초고온 상태인 유전이다. 이곳의 수온은 121도를 웃돈다. 이를 위해 셰브런은 기존에 사용되는 시추 장비보다 약 3분의 1 더 높은 초고압에서 작동하고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장비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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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가들은 "다른 유전 운영자들이 새로운 20K 기술을 도입하면 현재 미국 원유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멕시코만 석유 생산량은 2019년 하루평균 약 20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 시추 기술력으로 접근 가능한 영역이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돌파구를 통해 멕시코만 석유 생산량이 다시 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멕시코만에는 BP의 카스키다, 셸의 스파르타, 비콘 에너지의 셰넌도아 등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도 향후 몇 년 내에 유사한 20K 기술이 도입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2027년까지 멕시코만 하루평균 석유 생산량이 270만 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해 시추 기술을 구현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안전이다. 멕시코만 인근에서 BP가 운영하던 딥워터 호라이즌 사이트에서 2010년 발생한 유정 폭발 사고는 심해 시추 기술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사고로 11명의 현장 근로자가 사망하고 지금까지 65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환경 피해가 발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