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역사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음악 거장들 다 모인 2024년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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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가다▶▶▶[관련 리뷰] 빈필이 세계 지휘 거장들을 줄세우는 이맘때 이곳 [여기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관련 리뷰] 넬손스 X 빈 필의 말러9번, 발레리나 발걸음에 말발굽 소리까지 들렸다 [여기는 잘츠부르크]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2024년 라인업은 그 어떤 때보다 풍성하고 특별했다. 가장 먼저 7월 30일 9시 그로쎄서 페스트슈필하우스에서 열린 블롬슈테트와 빈 필하모니의 연주회가 단연 돋보였다. 97세의 초노령 지휘자는 부축을 받으며 입장하여 앉아서 지휘하는 상황이었지만 음악이 시작되니 템포나 디테일에 있어서 노거장 특유의 늘어짐 일체 없이 예전의 그 꼿꼿한 기백과 집중력은 여전히 건재해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비너 징페라인과 함께 한 브람스의 ‘운명의 노래’와 멘델스존 교향곡 2번 ‘롭게장’을 쉬지 않고 연주했는데, 혹 특유의 엄청난 확산감과 투명함을 바탕으로 빈 필의 섬세한 뉘앙스부터 스케일 큰 다이내믹, 투명한 금관과 황홀한 목관 음향까지 너무나 리얼하게 다가왔다. 빈 필이 낼 수 있는 가장 청명한 사운드와 그들이 연주한 최고의 멘델스죤을 경험했다는 뿌듯함과, 나이를 잊고 오롯이 음악에 헌신한 블롬슈테트의 치열한 예술혼을 향한 존경심이 동시에 부풀어오른 특별한 연주회였다.같은 홀 7월 31일 7시에는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빈 필이 연주한 R.슈트라우스의 ‘카프리치오’가 연주되었다. 실내극 오페라의 새로운 탄생이자 전통적인 오페라의 마지막 불꽃으로 평가받는 이 오페라는 무대 없이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오히려 간결해진 가수들의 연기와 노래, 오케스트라의 디테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훨씬 강렬한 자극을 안겨주었다. 틸레만은 이전 빈 슈타츠오퍼의 ‘그림자 없는 여인’에서 작곡가의 맥시멈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카프리치오’에서는 미니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빈 필이 그의 지휘에 따라 감각적인 미세함부터 더없이 풍부한 톤컬러의 팔레트까지를 보여준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예술 애호가인 백작부인 역을 맡은 엘자 드라이시히는 작고 아담한 체격을 갖고 있어 큰 축제극장의 콘서트 형식의 공연에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를 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가창력과 연기력에 의한 존재감으로 빛나는 모습을 선보였다. 마지막 거울 장면에서 그녀는 사랑과 예술에 대한 모든 근심거리를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에게 질문하며 건조한, 그러나 충만한 열정을 토해내는 데에 성공을 거두었다. 감동적인 영혼의 표출로서 틸레만이 최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는 드라이지크를 통해 보다 젊고 호기심 많은 새로운 유형의 마들렌을 실험해보고 싶어 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한편 모차르트의 집에서 8월 1일 6시 30분에 연주된 모차르트 ‘티토 황제의 자비’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낀 무대. 특히 EU 회의장을 배경으로 이탈리아 총리(티토)의 자리를 뺏으려는 비텔리아의 음모를 이야기로 풀어낸 로버트 카슨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잡아끌었고, 모나코 왕자의 음악가들을 이끌고 너무나 극명한 선율과 하모니의 환상적인 너울을 만들어낸 카푸아노의 지휘 또한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새롭게 가질 정도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세스토는 바셋 클라리넷 오블리가토와 함께 강력한 표현력과 강렬한 호소력으로 최고의 장면을 안겨주었고, 다니엘 베흘의 청명하면서고 고급스러운 티토왕 역 또한 대단히 매혹적이었다. 오케스트라와 가수, 지휘자와 합창단 모두 어느 하나 구멍이 없는 완벽한 모차르트 오페라였다.
▶▶▶[관련 영상] La Clemenza di Tito I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24 - 예고편
(*관련 페이지 內 하단 영상 재생)8월 2일 6시 펠젠라이트슐레에서 열린 바인베르크의 ‘백치’ 또한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은 회심의 역작! 거장 크시슈토프 바르리코프스키의 연출과 그라지니테-틸라의 지휘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 무대로서, 주위 사람들까지 짊어져야하는 선택된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예수가 아니기 때문에 파멸할 수밖에 없는 바보인 미쉬킨을 연기한 보고단 볼코프의 연기와 가창은 완벽 그 자체. 다른 가수들 모두의 강력한 가창과 영화배우급 연기력 덕분에 편집된 도스토예프스키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휘발성 높은, 처음 나그타샤의 대사에 의거해서 절대선을 파멸시키는 세상의 잔인성 혹은 필연적인 비극성이 극대화되었다. 바인베르크의 음악이 21세기에 더욱 많이 알려져야 할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8월 3일 11시 모차르테움 그로쎄서 잘에서 열린 아이버 볼튼이 이끄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마티네 콘서트는 빈 필 사운드의 원형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정격적인 모차르트 시대음향을 만끽할 수 있었던 회심의 연주회였고,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7시에 열린 빈 필 단원들의 쇤베르크 편곡의 말러 대지의 노래 ‘작별 인사’ 악장과 요한 슈트라우스의 ‘황제 왈츠’ 연주회도 풀 오케스트라 이상의 매력을 전달한 흥미로운 실내악 공연이었다.
한편 8월 4일 8시 30분 모차르트의 집에서 열린 마티아스 괴르네의 쇼스타코비치와 말러 가곡의 밤은 사랑과 죽음에 대한 삶의 반영을 자신만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괴르네의 탁월한 구성력과 독보적인 해석력으로 깊은 내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마지막으로 대미를 장식한 연주회로서 8월 5일 8시 그로쎄서 페스트슈필하우스에서 열린 그리고리 소콜로프 리사이틀 또한 바흐에서 쇼팽, 슈만에 이르는 장대한 서사의 장으로서 청중은 그의 엄청난 중압감에 옴달싹 못하다가 마지막 ‘숲속의 정경’이 끝난 뒤 비로소 긴장감의 끈을 놓으며 일말의 열반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이어진 여섯 곡의 앙코르 가운데 마지막으로 타르콥스키의 영화 ‘솔라리스’에 배경음악으로 등장했던 바흐의 코랄 전주곡 BWV 639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만의 극을 시작한 바흐로 돌아가 자연과 세계 사이에서 인간의 고통스러운 내면과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탐구한 영화의 주제에 대해 다시금 청중에게 질문을 영상이나 연기가 아닌 음악을 통해 던지는 것, 이것이 소콜로프가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이유라고 생각한다.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