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기술발달과 사회정의' 기출문제 변형, 익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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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5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지난 시간에 이어 정보통신 기술발달의 양면성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서강대학교 21학년도 모의 기출문제를 변형해 답안 풀이 과정을 익혀보도록 하지요. 자주 출제되는 기술발달의 명암과 공정성의 문제입니다. 각각의 지문은 출제 의도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간략히 변형하거나 윤문했습니다.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고 답안을 읽어보는 것이 훨씬 유익합니다.
논술 출제 방식과 주제에 대한 기본 이해 8
문제: [가]의 개념을 중심으로 [나]와 [다]에 제시된 정보기술 발전에 대한 관점을 요약하고, 이러한 관점을 [라], [마], [바]를 활용하여 비판해라. (800~1000자)
[가] 정의로운 사회는 기본적으로 공정성을 실현하는 사회다. 공정성을 실현하려면 재화와 가치의 분배가 공평한 출발점에서 이루어지고, 그 분배 과정이 부당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각 개인의 정당한 몫과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몫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나] 예전에는 금융시장의 동향을 분석하는 데 이용하던 수학 기법들이 점차 인간들, 즉 우리를 분석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수학 기법을 바탕으로 인간의 욕구와 행동, 그리고 소비력을 조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램은 수천 장에 이르는 각기 다른 사연이 담긴 이력서나 대출 신청서를 1~2초 안에 깔끔한 목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는 편견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감정이 없는 기계가 사심 없이 처리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다] 한 독거노인이 아침에 일어나 TV를 켠다. 그러자 노인복지 담당 기관의 모니터링 시스템에 알림이 뜬다. 노인의 일과가 시작되었다는 메시지다. 노인의 집에서 사용하는 가스나 수도, 전기의 현황도 사회복지 시스템에 전달된다. 사용량이 현저히 줄어들면 사회복지사가 노인의 집을 방문해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옆에서 24시간 돌봐줄 가족이 없는 노인의 일상과 복지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보살피는 스마트 복지의 한 사례다.
[라] 아래 표는 사회 집단별 정보 격차 지수다.접근: 컴퓨터, 인터넷을 사용하기가 얼마나 용이한지를 나타내는 지표
활용: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 시간, 이용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
[마] (범죄예측 프로그램인) 프레드폴을 창업한 제프리 브랜팅엄은 프레드폴 모형은 피부색과 민족성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타 예측 프로그램과 달리, 프레드폴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 대신 지리적 데이터에 온전히 집중한다. 프레드폴에 활용하는 핵심 변인은 각 범죄의 유형과 발생 장소, 그리고 발생 시점이다. 이는 언뜻 보면 아주 공정한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가난한 동네에서 경미한 범죄는 흔한 일이다. 살인, 방화, 폭행 같은 강력범죄뿐 아니라 경미한 방해 범죄 데이터를 예측 모형에 입력하면 더 많은 경찰이 가난한 동네로 출동하게 되고, 당연히 그런 동네에서 더 많은 사람이 체포당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경범죄가 경찰의 범죄예측 모형에서 점점 더 많은 점을 차지하고, 이는 다시 경찰이 그 지역을 순찰하게 만든다.[바] 2013년에 빅데이터 시장이 올린 수익이 89억 달러에 달한다. 2018년 기준, 세계 빅데이터 시장의 실제 매출은 420억 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약 30만 건의 트윗과 1500만 건의 문자 메시지, 2억400만 건의 메일이 전송되고, 200만 개의 키워드가 구글 검색엔진에 입력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하나하나가 빅데이터 기업이라는 문어가 우리의 개인 정보를 수거해 가기 위해 뻗치는 촉수와도 같다. 우리가 생성한 디지털 데이터는 우리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 소유가 아니며, 기술 산업을 지배하는 자들이 우리의 데이터를 거저 털어간다.
답안
사회는 구성원들을 위해 존재하며, 올바른 사회는 구성원들의 인간 된 삶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 목적과 지향점은 정보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더라도 변함없다. 제시문 [나]와 [다]가 보여주는 관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정보기술의 발전은 과정의 공정성뿐 아니라 재화의 분배와 실질적 조건 보장의 결과적 공정성을 달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 [나]에 따르면 정보기술은 경제 영역에서만 소용되지 않고 폭넓게 확대되며 편견 개입을 막고 과정의 공정성을 제고한다. 그뿐 아니라 [다]에 나타난 스마트 복지나 아동학대의 관리시스템을 사례로 보면, 정보기술은 재화의 적절한 결과적 배분에도 효과적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의 구제에 정보기술이 필수적 도구로 부상하는 듯하다.그러나 이는 정보기술의 긍정적 측면만을 고려한 것이다. [라], [마], [바]에서 지적하는 현실문제를 고려하면, 정보기술은 공정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을 방해하고 역행하게 만들 수 있다. 우선 [나]에서 말하는 절차적 공정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마]에 따르면 범죄예측 프로그램은 범죄의 맥락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를 데이터화하고 기계적으로 판단하여 가난한 동네를 우범지역으로 만든다. 이는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해 공정성을 만든다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정보기술이 새로운 선입견을 조성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다]의 실질 조건 보장과 공정한 분배의 결과도 쉽게 무너진다. 정보기술을 누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수 있으며, 정보 취약계층의 이용 능력 부재도 정보기술의 혜택을 공정하게 누리지 못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사회에서의 불평등이 정보기술의 방식으로 재생산되는 것에 해당한다. 나아가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거대한 정보를 운용하기 위해서라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바]에서 지적하듯 일부의 지배적 기업만이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 이는 데이터 소유자들의 정당한 대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재화를 극단적으로 편중 분배할 수 있다.
사회의 근본 목적인 정의는 공정성의 실질적 내용을 세심히 따질 때 달성할 수 있기에 정보기술의 발전을 마냥 낙관할 수 없다. 과정과 결과에서 실제로 모든 인간의 기회와 권리를 공정하게 보장하는지 살피는 태도는, 정보기술 발전의 급류 속에서 더욱 중요한 자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