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시장이 결정했다"…셀트리온·제약 합병 무산

"합병비율 불만" "실익 없다" 지적
5조 규모 주식매수청구권도 부담
제약 실적 개선땐 재추진 가능성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회사인 셀트리온이 주주의 반대로 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합병 계획을 밝혔던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앞두고 주주 의견을 물었고 시장 요구에 따라 합병 계획을 보류했다. 두 회사 간 합병 추진은 내년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은 16일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 간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두 회사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합병 검토와 주주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

셀트리온은 핵심 사업인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생산·해외 유통을 맡고 있고, 셀트리온제약은 국내 유통과 합성의약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주주 설문 결과, 셀트리온 주주의 합병 반대 의견은 70.4%로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96%가 합병에 찬성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의 58%는 양사 합병비율(1 대 0.49 예상)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2조7966억원으로 셀트리온제약의 13.5배이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6385억원으로 17배 많지만 주가는 2.6배 높은 데 불과하다. 셀트리온 주주 입장에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회사의 재무적 리스크로 작용했다.서 회장은 지난해 3월 은퇴 2년여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영 투명성과 시너지 확보 차원에서다. 올해 1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올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까지 마무리된다면 올 연말로 예정된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시장 상장 추진 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주주 의견이 우선이라고 보고 당장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합병 검토를 맡은 이재식 특별위 위원장은 “이번 의사 결정 과정은 ESG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제약의 실적이 내년에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합병 분위기가 다시 무르익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