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특별법, 여야 합의 '1호 민생 법안'으로 만들어보라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특별강화법)이 시동을 걸었다. 여당이 최근 반도체 특별법 당론 제정을 위해 1차 비공개 회의를 열면서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 안에 박수영, 송석준 의원 안을 종합해 마련한 통합 초안은 대통령 직속으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력 및 용수 공급 등 인프라 구축을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방안 등을 망라했다. 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나라의 명운이 걸린 국가 대항전이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 지원법’ 제정 후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원)를 쏟아붓고 있다. ‘반도체 부활’을 꿈꾸는 일본도 자국에 공장을 짓는 대만 TSMC에 10조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 이어 자국 기업인 라피더스에 대규모 대출 보증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지원은 초라할 정도다. 반도체 기업에 직접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쟁국들과 달리 세액공제를 통한 간접 지원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설비투자 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이러니 시스템반도체(2.3%)와 파운드리(13.9%)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이 쪼그라들고, 메모리 강국의 위상마저 흔들리는 것이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반도체 특별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동안 반도체산업 지원을 ‘대기업 특혜’라며 발목 잡던 거대 야당도 진일보한 지원 법안을 내놓으면서 여야 간 합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반도체는 민생이고, 그 전쟁의 승패는 ‘속도와 시간’에 달렸다. 이를 좌우할 특별법이 극단의 정쟁 국면에 뒷전으로 밀릴까 봐 걱정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70일이 넘었지만, 여야가 합의 처리한 민생 법안은 ‘0건’이다. 반도체 특별법을 공동 ‘1호 민생 법안’으로 처리한다면 이번 국회의 내로라할 성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