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투자로 엇갈린 한·미 소비 명암

미국 소비가 건재하다는 소식이다.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예상치를 세 배 이상 웃돌 정도로 미국인들의 지갑은 두둑했다. 심지어 온라인 쇼핑으로 쪼그라든 오프라인 쇼핑까지 살아날 태세다. 월마트가 고소득자 소비 증가로 올해 매출 전망치를 이전보다 늘려 잡은 게 대표적 예다. 고금리 장기화로 임금 상승세가 둔화하고 가계의 여윳돈이 바닥나 소비가 꺾일 것이란 전망은 쏙 들어갔다. 7월 실업률이 4.3%로 치솟으면서 확산한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잦아들었다.

반면 국내 소비는 침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40개월 만에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국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올 2분기까지 역대 최장인 9분기 연속 감소했다.이 때문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춰 잡았다. 연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자신해온 기획재정부도 어제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내수 회복’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고 넉 달째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내수 회복이라고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이전보다 한 걸음 물러나 ‘완만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온도 차가 커진 이유로 기업 투자를 꼽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생긴 보조금을 받기 위해 앞다퉈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입된 투자액만 1조3200억달러(약 1794조원)에 달한다.

국내 투자는 내리막세다.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 올 들어서도 5월까지 전월 대비 석 달 연속 감소했다. 6월에 4.3% 늘어났지만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까지 10개월째 상승곡선을 그린 수출과는 딴판이다. 수출 증가가 투자와 소비를 진작하는 낙수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수출과 투자의 선순환 곡선이 살아나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