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뇌 임플란트와 '휴먼 혁명'

무게가 1.4㎏에 불과한 인간 두뇌는 대표적인 미개척 영역이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속설이 있지만 낭설이다. 뇌를 100% 사용했을 때 초능력이 생긴다는 영화 ‘루시’의 상상력도 순전한 허구에 불과하다. 그만큼 인간 두뇌는 머나먼 은하계에 있는 행성처럼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

이런 뇌에 대한 탐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를 맞고 있다. 뇌 과학이 치매 등 뇌 질환 극복과 차세대 인공지능(AI) 개발 등 산업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면서다. 이 중 급물살을 타는 분야가 ‘뇌 임플란트’다.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생각을 읽어내거나 뇌 활동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팀은 2012년 해마 구조를 모방한 반도체 칩을 제작해 손상된 해마의 앞부위와 뒷부위 사이에 끼워 생쥐의 장기기억 능력 일부를 복원해냈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 등 미국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관련 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머스크가 창업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지난 1월 사지마비 환자의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 이 환자가 휠체어에 앉아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며 온라인 체스를 두는 모습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급기야 미국 UC데이비스 연구진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게재했다. 조만간 각종 불치병과 난치성 질환 극복의 길을 열고, 인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이 같은 기술이 인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휴먼 혁명’을 몰고 올 것이란 낙관과 함께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무모한 짓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치 사상가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사람의 기억, 정신세계를 함부로 조작하면 인류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리 문제야말로 뇌 과학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