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빠진 50대 환경미화원…4명에 새 삶 주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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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장애에도 환경미화원 근무허리가 휘는 장애에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5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돌연 심정지에 뇌사 빠진 후 장기기증
"삶의 끝에서 누군가 살리고파" 생전 밝혀
1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8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 김연화(58)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밝혔다.김씨는 지난해 11월 28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은 생전에 장기기증에 동참하고 싶어 했던 고인의 뜻을 따라 기증에 동의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쓰러지기 10개월 전 가족과 함께 기증 희망 등록을 하면서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강원도 양양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김씨는 어렸을 적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가 휘는 장애에도 마트 직원과 환경미화원 등의 다양한 일을 했다. 취미는 음악 감상으로, 트로트 가수 안성훈의 노래를 가족들과 함께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김씨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어느 사람이 됐든 주저 없이 선의를 베풀었고,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늘 노력하는 헌신적이고 자상한 엄마로 기억된다.
김씨의 딸 박지희씨는 "딸 하나만 보고 살았던 우리 엄마. 이제는 하고 싶었던 거! 가보고 싶었던 곳! 엄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 하늘에서도, 다시 태어난다면 그곳에서도 엄마만의 삶을 살아. 많이 사랑해. 보고 싶어"라고 하늘로 편지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도우며 살아오신 기증자와 숭고한 생명나눔의 뜻을 함께해주신 유가족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따뜻하게 환하게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