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 폭락에 시름하는 글로벌 광산업체…시총 1000억弗 증발 [원자재 포커스]

중국의 철광석 과잉 생산으로 글로벌 철강업계가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소비국인 중국이 부동산 침체, 경기 둔화로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철광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광산업체의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가량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철강 제조의 핵심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며 가격이 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칭다오항 기준 철광석 가격은 t(톤)당 92.2달러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30% 이상의 하락 폭을 나타냈다.철광석 업계에서 100달러는 수익의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생산 비용이 판매 비용보다 커져서다. 비벡 다르 커먼웰스은행 광산·에너지 분석가는 “철광석 가격이 단기적으로 t당 100달러 이하에 머무를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하락한 철광석 가격(사진=FT캡처)
업계 한파는 회사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지난 14일 세계 최대 철강 업체 중국 바오우스틸의 후왕밍 회장은 반기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중국 철강산업 상황은 예상보다 더 길고 춥고 견디기 힘든 ‘혹독한 겨울’과 같다”며 “2008년이나 2015년에 겪은 충격보다 더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오우스틸은 전 세계 철강의 약 7%를 생산하는 회사다.

중국 수요 부진으로 구리 가격 역시 영향을 받았다. 구리 가격은 지난 5월 사상 최고치 대비 약 20% 빠지며 톤당 9100달러대에 머물러있다. FT는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구리 투자 열풍이 진정됐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경DB)
일각에서는 중국 건설업계에서 철강 수요가 줄었지만, 친환경 에너지 업계에서는 철강 수요가 확대된 것을 근거로 중국의 철강 수요 감소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의견도 제기됐다. 야콥 스토우스홀름 리오틴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부동산 부문의 철강 수요는 1억t 감소했지만,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철강 수요는 2020년에서 2023년 사이에 4000만t 증가했다”고 짚었다.

대형 광산 기업들은 철광석 가격 급락을 방지하기 위해 출하량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밥 브래킷 번스타인 광산 부문 분석가는 “글로벌 대형 광산업체들은 자사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를 과잉공급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자사 물량을 원하지 않을 경우 출하를 조금 늦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광산 그룹 리오 틴토(-19.56%), 호주 광산회사 포테스큐(-41.58%)와 BHP(-21.60%),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35.14%) 모두 올해 들어서 주가가 급락했다. 특히 포테스큐의 경우 매출의 90% 이상을 철광석에서 얻고 있어 하락 폭이 더 컸다. 폴 맥태커트 씨티은행 분석가는 “이 회사의 철광석 의존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빅4 광산업체 주가 추이(사진=FT 캡처)
상하이 금속 시장(SMM)의 철강 부문 책임자 신잉 야오는 “토지 구매부터 건설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설업의 특성상 향후 12개월 동안 부동산 부문에서 철강 수요가 개선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어 “철광석 가격이 t당 90달러까지 내려갈 여지가 있으니 많은 철강업체가 생산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