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장사 안된다고 '카풀 금지'…충주시 공문에 뒤집어졌다 [이슈+]

중앙경찰학교 앞에 붙은 현수막의 모습. 논란이 일자 현재는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온라인 갈무리
“학교장님 학교 주변 식당이 너무 어렵습니다. 학생들 외출 나갈 때 자차 이용 못하게끔 도와주세요.”

충북 충주시에서 신임 경찰 교육기관인 '중앙경찰학교' 학생들에게 카풀을 금지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을 의식해 학생들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충주시 등에 따르면 충주시청은 지난 12일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 운송 금지' 관련 공문을 중앙경찰학교에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유상 운송(카풀) 은 관련법에 따라 금지된 행위"라며 "학생들이 자가용을 활용한 카풀을 하지 않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충주시는 공문에서 "경찰학교에서 운영 중인 전세버스로 인해 택시 기사 40여명의 운송수입금이 감소해 생계 곤란 민원을 제기했다"며 택시기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구했다.
사진=온라인 갈무리
중앙경찰학교는 한 해 5000명가량의 교육생을 받는 경찰청 산하 교육기관이다. 공개채용과정을 통해 선발되는 신임 순경과 특별채용을 통해 선발되는 경장 등을 9개월간 교육한다.중앙경찰학교 '외출 외박 및 휴가' 규정에 따르면 교육생들은 입교 2주차가 지나면 외출 및 외박이 가능하다. 중앙경찰학교 관계자는 “교육생들이 주말에는 잠시 본가에 가서 하루 자고 오거나, 시내에 나가서 개인의 취미나 문화생활을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외박이나 외출은 제한 없이 매주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외출·외박 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 탓에 카풀을 이용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같은 지역에서 온 교육생들을 모아 대형 전세버스를 임차하거나 자차를 카풀 한 후 비용을 'n분의 1'로 나눠 내는 방식이다. 전세버스의 경우 인원을 모으기 어렵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자차 카풀이 관행처럼 자리를 잡아왔다.

한 중앙경찰학교 졸업생은 “교육 초기에 전국 각지로 향하는 임차 버스가 일시적으로 생기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요가 없어 사라지는 사례도 많았다”면서 “이 때문에 먼 타지에서 온 교육생들 사이에선 자차 카풀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카풀 비용은 거리에 따라 5000원에서 3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기름값과 톨게이트 비용을 나눠 내는 식이다.충주시가 공문을 보내면서까지 카풀을 막아달라고 한 건 인근 지역을 운행하는 택시기사와 주변 상인 등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불만은 적지 않다. 지자체가 수요에 따라 교통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경찰에 카풀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 자체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상 운송 목적의 카풀이 현행법 상 불법인 만큼 준법 정신이 필요한 경찰 조직에서 법을 어기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충주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상 운송 관련 위법 사항은 형사 건으로 시에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관련 부서에 공문을 내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 A씨는 “카풀을 하는 건 경찰 동료들과 함께 차량 이동을 하고, 수고비를 주는 것에 불과한데, 이렇게 지자체가 나서 공문까지 보낸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