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전 종목 석권' 이끈 정의선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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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성·포용성·혁신성 주목한국 양궁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꼽힌다.
지난 2005년 대한양궁협회 회장직을 맡은 정 회장은 올해로 20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부임 이후 △안정적이고 투명한 양궁협회 운영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 달성 △대중적 신뢰와 폭넓은 지지 획득 등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19일 경영학계 등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입증한 경영 능력을 스포츠 분야에서 발휘해 한국 양궁의 선전에 힘을 실었다. 정 회장의 리더십 중 경영학계가 주목한 세 가지는 대담성·포용성·혁신성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정주영 선대 회장과 정몽구 명예 회장이 구축한 공정하고 투명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 시스템을 계승·발전시켰다는 평가다. 이로써 정 회장이 '한국 양궁의 중장기 발전'이라는 미션과 비전 아래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때부터 양궁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고, 선의의 경쟁과 탄탄한 실력이 스포츠의 가치를 높여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대한양궁협회는 학연·지연·혈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했다. 인재 양성을 위해 2013년 초등부인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하고 각종 지원을 하여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안을 체계화했다.정 회장은 또 급변하는 글로벌 스포츠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펼치는 혁신의 리더십으로 한국 양궁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일례로 정 회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양궁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진에게 검토를 요청했다고 한 정 회장의 요청에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양궁협회와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센터를 축으로 여러 기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리우올림픽부터 양궁협회에 기술 지원을 했고 당시 '전 종목 금메달' 석권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정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미리미리' 정신이 빛을 발한 결과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회사 구성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피력하며 '미리미리'식 조직 문화로 미래 불확실성을 기회로 삼자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자신만의 포용력으로 선수를 비롯한 양궁인들의 조직 내 소속감을 형성하고, 상호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실제로 파리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양궁 선수들은 한결같이 정 회장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임시현 선수는 "정 회장님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었고 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우진 선수는 "시합을 즐기라는 정 회장님의 말을 듣고 즐겼다"고 설명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정 회장님에게 여러 차례 감동했다"며 "정 회장님이 인터뷰에서 '내가 선수들에게 업혀 간다'고 말했지만, 도리어 양궁협회와 국가대표 선수단이 정 회장님 덕분에 성적을 냈다"고 전했다.현장을 중시하는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양궁에 녹아졌다. 정 회장은 주요 국제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방문해 직접 선수들을 응원한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모든 주요 국제 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다. 또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구성원 개개인을 존중하는 걸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평상시 선수들과 격의 없이 만나 식사를 하고, 자리에서 마사지건,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내 양궁 발전을 위하는 전국 양궁인들과 소통한다. 정 회장은 한국 양궁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운동장의 빛이 안 드는 곳에 계신 분들을 꼭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양궁협회는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국 양궁 발전을 위해 경기, 지도, 행정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여한 이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미션과 비전에 관한 공감대와 협회와 현장 간 시너지 창출 등으로 파리대회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며 "협회 역시 정 회장의 원칙과 철학 그리고 진심이 왜곡 없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배창학기자 baechangha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