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파리올림픽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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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파리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에서 전체 메달 32개(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두 번째로 많은 메달 수다. 1976년 몬트리올대회 이후 최소 규모 선수단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과 함께 하계올림픽 역사상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성과 뒤에는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 그리고 각 협회와 관련 기관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동시에 개선해야 할 과제도 명확히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한국 스포츠의 변화된 분위기다. 과거의 전통적인 훈련 관행과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선수들은 점차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접근을 선호하고 있다.탁구 선수 신유빈이 일본 선수에게 패배한 후 보여준 포용적인 태도는 큰 화제가 됐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먼저 일본 선수에게 다가가 축하했다. 과거의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반응과는 달리 성숙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것이다. 사격 선수 김예지는 0점 사격에 대해 “0점 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메달 중심의 사고를 넘어 승리보다 값진 가치, 공정한 경쟁과 성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궁 대표팀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고 선수를 선발하는 원칙을 내세워 세계적인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투명한 절차와 전폭적인 지원으로 선수들이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과 리더십을 끌어내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과제도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엘리트 선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유·청소년 인재 양성 및 훈련 시스템을 더 강화하고 K스포츠 거버넌스, K스포츠 육성 프로그램 같은 지속 가능한 체계를 도입 및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생활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가 공존하며 서로의 장점을 부각해 발전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선진적인 스포츠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육계가 성숙한 문화를 바탕으로 스포츠 인권을 지키며 전반적인 저변을 더 확대해 나간다면 대한민국 스포츠는 세계 무대에서 강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종목과 다양한 분야에서 메달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과 관심, 변화하는 스포츠 트렌드에 대비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