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e커머스도 줄폐업…'제2 티메프 사태' 확산 우려

티메프發 신뢰 붕괴
대형 플랫폼 '쏠림' 가속

쇼핑몰 '바보사랑' '1300k' 이어
'알렛츠'까지 영업종료 기습 공지
할인경쟁 탓 완전자본잠식 빠져
미정산 사태 재연…셀러들 피해

인터파크커머스도 기업회생 신청
티메프처럼 법원장이 직접 심리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빚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티몬과 위메프발(發) 연쇄 도산 우려가 중소 전자상거래(e커머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소 e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판매자가 대형 e커머스 업체로 쏠리면서 중소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테리어 플랫폼 알렛츠도 영업 중단

19일 e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인테리어·가구 전문 온라인 플랫폼 ‘알렛츠’는 오는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겠다고 기습적으로 공지했다. 지난 6월 말 폐업한 문구·소품 쇼핑몰 ‘바보사랑’과 최근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디자인상품 전문 쇼핑몰 ‘1300k’에 이어 문을 닫는 e커머스 업체가 또다시 나온 것이다.

쿠팡 및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국내외 대형 e커머스 플랫폼이 이용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폐업 위기까지 몰린 중소 e커머스 플랫폼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 4월(3091만 명) 대비 2.43% 증가한 3166만 명으로 집계됐다.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중소업체들의 재정난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된 시간에 상품을 20~30%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 ‘타임딜’ 등 타임마케팅이 대표적이다. 티몬·위메프를 비롯해 알렛츠도 이불, 캠핑 스토브 등 다양한 상품을 최대 50%까지 한정된 시간에 할인 판매했다. 매출을 늘리는 데 급급한 끝에 자본금을 다 소진한 채 적자가 쌓이게 됐다. 알렛츠의 운영사 인터스텔라는 지난해 2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앞으로 폐업하는 플랫폼 업체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성 적자에 빠진 업체가 수두룩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업체는 패션·명품 판매 플랫폼 에이블리(-543억원), 발란(-77억원)과 축산물 판매 플랫폼 정육각(-309억원) 등이다.

큐텐 3사, 법원장이 직접 심사

큐텐그룹 산하 국내 e커머스 플랫폼 3사는 모두 회생 절차를 위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인터파크커머스가 신청한 기업 회생 사건을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부장판사 김호춘 양민호)에 배당하고,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회생법원은 중요 사건이나 부채가 3000억원이 넘는 사건은 법원장이 직접 담당한다. 인터파크커머스의 미정산 대금은 550억원 수준이나 채무자가 다수고 업계 파장이 커 법원장이 직접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인터파크쇼핑몰, 인터파크도서, AK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달 중순 티몬·위메프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가 연쇄 이탈하며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왔다. 회사는 지난 16일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한편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신청했다. ARS는 회생절차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가 채권자 협의회를 구성해 변제 방안 등을 자유롭게 협의하는 제도다.이에 따라 재판부는 앞서 ARS를 신청한 티몬·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 사건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한 대표자 심문 절차는 오는 23일 예정됐다.

도산 위기에 내몰린 e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의 재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미정산 사태로 신뢰를 잃은 e커머스 플랫폼 업체가 투자를 유치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반사이익을 노리는 대형 업체의 투자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정희원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