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큰손들, 주도주 놓고 '엇갈린 베팅'

외국인, 반도체株 집중매수
기관은 바이오·금융 사들여
美 잭슨홀 미팅 등이 변수
증시가 이달 초 폭락 이후 ‘V자 반등’을 이뤄냈지만 주도주를 예측하기 어려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집한 반도체·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의 반등이 강했지만 미국의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경기 침체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등 기간 반도체 종목을 집중 매도한 기관들은 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 금리 인하 관련 업종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코스피지수는 0.85% 떨어진 2674.36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하락했지만 폭락장이 나오기 전인 이달 1일 종가 2777.68의 96% 수준을 회복했다.SK하이닉스는 이달 6~19일 24.22% 급등하며 이달 1일 종가(19만3300원)를 뛰어넘었다. 자동차 종목도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전 거래일과 같은 25만5000원에 마감하며 지난 1일 종가(25만3500원)를 소폭 웃돌았다. 현대차는 경기 침체 우려 분위기가 약해지자 지난 6일부터 9거래일간 13.84% 올랐다.

이들 종목을 매수한 것은 주로 외국인이었다. 6~19일 기준 외인들은 삼성전자를 4356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709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급락 전 기존 증시를 주도하던 AI 관련주에 다시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7거래일 만에 저점 대비 26% 반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주도주로 복귀했다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스타일이 이전으로 되돌아갈지가 (기존 주도주 복귀의) 관건”이라며 “빅테크 등 AI를 구현하는 업체들이 돈을 벌 수 있느냐에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기관들은 반도체 업종을 팔아치우고 있다. 같은 기간 기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9294억원어치, 113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현대차 역시 외국인은 2022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기관은 72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들은 제약·바이오, 신재생에너지, 금융 등 금리 인하 관련주를 사들이고 있다. 해당 기간 기관 순매수 상위 1~3위는 각각 셀트리온, 씨에스윈드, 메리츠금융지주가 차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는 23일 미국 잭슨홀 미팅 이후에도 시장이 금리 인하를 호재로 받아들이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