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청정수소·암모니아 발전 시장 '활짝'

발전 4개사 입찰 개시

화석연료에 청정에너지 혼소
전세계 상용화 사례 드물어
암모니아 강자 롯데정밀화학
블루수소 선두 SK E&S '관심'
60조원 규모의 청정수소·암모니아 발전시장이 첫발을 뗐다. 청정에너지를 전력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단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이번 사업은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다. 암모니아를 발전소에 공급할 후보는 롯데정밀화학, 삼성물산, 한화임팩트, 남해화학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수소 기업으로는 SK E&S, GS칼텍스, 포스코홀딩스, 한양 등 국내에서 블루수소 생산 설비를 추진 중인 곳이 후보로 꼽힌다.

“전 세계 상용화 사례 드물어”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부·동서·중부발전은 이달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공급 기업에 발전시장 참여를 위한 입찰안내서(ITB)를 발송했다. 한국남동발전도 이번주 ITB를 보낼 예정이다. 전력거래소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 입찰 공고를 낸 뒤 각 발전사가 사업을 확정짓기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기업들은 다음달까지 입찰지원서를 내고, 이를 받은 발전사들은 전력거래소에 11월까지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2030년 청정수소 발전 시장을 전체 발전량의 약 2%인 연 1만3000GWh 규모로 확대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연간 200만t 규모의 암모니아(수소는 80만t)가 필요하다. 이를 청정암모니아 유통 예상 가격(t당 700달러이상)으로 계산하면 2030년 총 60조원 시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한 발전은 탈탄소의 필수로 분류된다. 일본,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이 상용화를 위해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 단가가 워낙 비싼 데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이 남아 있어 GE버노바가 참여한 영국 사례를 제외하면 상용화에 성공한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리스크 크지만 기회 요인 많아

암모니아 혼소는 주로 석탄화력발전의 탈탄소에 적용된다. 국내 암모니아 시장 규모는 연 130만t에 달하지만, 주로 농업용이나 합성섬유의 원료로 쓰였다. 암모니아 혼소 발전이 상용화된다면 유통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는 수소 혼소를 위해 원료 공급자를 선택할 예정이다. 청정수소 중 중간 단계인 블루수소(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CCS)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가 우선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SK E&S는 충남 보령에서 세계 최대인 연 25만t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 설비를 착공하기로 했다. CHPS가 확실한 수요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드는 그린암모니아와 그린수소는 단가가 너무 높아 일단 과도기 성격의 블루 계열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장의 문이 열리긴 했지만, 기업들로선 고민이 여전하다. 발전소는 최대한 싼 가격에 암모니아와 수소를 공급받기를 원하고 있어서다. 계약 기간 내 수소·암모니아를 원활히 공급하지 못하면 향후 사업에서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중히 응찰을 검토 중이다.에너지업계에선 가격 측면에서 청정암모니아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루암모니아는 t당 700달러 이상에 유통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글로벌 블루수소 생산단가는 t당 1800~4680달러(블룸버그NEF)에 달한다. 선박의 수소액화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아 해외에서 들여오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생산하더라도 수입가와 가격 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